박근혜 정권 몰락의 제1방조자로 언론이 꼽힌다. 그중에서도 공영방송이 권력 감시라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 추궁의 목소리가 높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내내 <문화방송>(MBC)과 <한국방송>(KBS) 등 공영방송은 ‘청와대방송’이나 다름없는 모습으로 정권을 비호하고 세월호 참사 등 중대한 문제에서 축소·은폐·왜곡 보도로 국민의 원성을 샀다. 저널리즘의 기본과 원칙을 팽개친 공영방송의 행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공영방송 정상화를 염원하는 언론인들에게 지난 9년은 해직과 탄압으로 점철된 수난과 고통의 세월이었다. 부당하게 쫓겨난 언론인들을 제자리로 복귀시키고, 공영방송을 장악한 부패정권이 보도기능을 통제하고 언론인들을 짓밟은 전 과정을 밝히는 것이야말로 방송개혁의 첫걸음이다. 정권의 언론장악에 부역한 인사들에게 준엄한 책임을 묻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영방송이 정권의 전리품이 되지 않을 근본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국회에 제출된 ‘언론장악방지법’(방송관계법 개정안)을 시급히 통과시켜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영방송 사장 선임에 특별다수제를 도입해 정권의 전횡을 방지해야 할 뿐만 아니라, 방송 편성·제작에서 정치적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출범 이후 사회 여론을 오염시키는 악취를 뿜어온 일부 종편(종합편성채널) 문제도 언론개혁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22개 미디어단체가 27일 연 ‘미디어정책 토론회’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방송장악 진상규명과 반언론행위자 청산’에 동의하고 ‘언론장악법 처리’에 찬성했다. 세 후보가 모두 공영방송 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지목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정책만 가지고는 후보들의 각오와 의지가 얼마나 단단한지 알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평소 후보들의 언론개혁에 대한 소신과 행보를 모두 종합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후보 쪽이 ‘언론 자유’에 강조점을 둔 것과 달리 안철수 후보 쪽은 미디어의 ‘산업적 측면’에 주목해 미묘한 차이를 보인 것도 비교와 평가의 잣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토론회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쪽에서는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특히 홍 후보는 주최 쪽이 요구한 정책 답변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언론개혁의 의지가 없음을 공표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대선은 촛불정신을 구현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 공영방송 정상화는 촛불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사회개혁의 바탕이자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유권자들은 어느 후보가 언론개혁의 소임을 잘 수행할지 냉철하게 판단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