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의원 13명이 2일 집단 탈당해 다시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지지한다면서 “중차대한 상황에서 보수의 대통합을 요구하는 국민 여망을 외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의 탈당으로 바른정당은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잃고 사실상 분당 수순을 밟게 됐다. 대통령 선거를 1주일 앞두고 어떻게든 보수를 결집하려는 막판 몸부림인 셈이지만, 여러 측면에서 한국 보수의 얼굴에 먹칠하는 퇴행적 정치행태일 뿐이다.
탈당파들의 자유한국당 복당 선언은 선거철이면 으레 출몰하는 명분 없는 철새 정치인의 행각에 다름 아니다. ‘개혁 보수’를 하겠다고 새 당을 만들었다가 세 불리하니 안면 몰수하고 원래의 ‘수구보수’ 정당으로 되돌아가겠다는 것이다. 이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동조하고 ‘친박 청산’을 소리 높이 외치며 당을 만든 게 불과 100여일 전이다. 13명의 탈당 의원들은 바른정당 창당 과정에서 제일 먼저 손을 들고 나선 이들이라니 정치를 이리해도 되나 싶다.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결국은 선거 끝나고 추운 데서 고생하느니 차라리 자리 보전이라도 하겠다는 잔꾀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들이 밀겠다는 이가 홍준표 후보라니 어이가 없다. 홍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갈 데까지 가는 ‘막장 보수’ 행태를 보여왔다. 바른정당 탈당파들이 내세웠던 혁신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보수의 퇴행을 불러온 후보다. 홍 후보는 1일 밤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사내답게 같이 가자”고 말했다. 정당을 무슨 삥이나 뜯어 나눠먹는 조폭 조직으로 아는 게 아닌가 싶다. 홍 후보가 저질 색깔론과 막말로 표를 결집하고 있다지만, 그의 품위 없는 행태는 길게 보면 보수의 존립 기반을 갉아먹을 것이다.
바른정당 탈당파의 자유한국당 합류로 대선 국면이 이른바 ‘청산되어야 할 정당’의 부활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는 점도 우려스럽다. 수백만 촛불 시민이 추운 겨울 ‘적폐 청산’을 그토록 외쳤건만, 그 적폐의 본산인 정당이 선거 와중에 다시 몸집을 불리는 형국이다. 홍 후보는 최근 유세에서 “홍준표가 되면 박근혜가 공정한 재판을 받는다. 공정하게 재판하면 무죄가 된다”고 노골적으로 박 전 대통령을 편들고 나섰다. 친박근혜 세력, 탄핵 반대세력의 부활은 설사 집권까진 하지 못하더라도 대선 이후 우리 정치에 심각한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다. 박근혜 추종 세력이 강력한 야당으로 자리잡으면, 많은 국민이 바라는 새 정부의 개혁 작업은 시작부터 암초에 부닥칠 가능성이 크다.
홍준표 후보의 부상과 바른정당 탈당파의 백기투항은 한국 보수의 취약성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박근혜 정부의 파탄을 보고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끊임없이 과거로 회귀하려 하는 보수 정치세력의 천박함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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