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경쟁 후보의 당명 대신에 북한 인공기를 그려넣은 온라인 홍보물을 유포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남도 선거관리위원회는 3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당명 대신에 북한 인공기를 표시한 자유한국당 선거홍보물이 사회연결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 전국적인 유포 실태를 조사중에 있다”고 밝혔다. 선관위가 적발한 홍보물을 보면, 기호 2번 홍준표 후보의 당명 자리엔 태극기가 그려져 있고, 기호 1번(문재인)과 기호 3번(안철수)의 당명 자리엔 인공기가 그려져 있다.
참으로 어이가 없고 경악스럽다. 과거에도 보수 정당이 색깔론을 꺼내곤 했지만, 이렇게 상대 후보에게 인공기를 그려넣는 수준 이하의 몰상식한 행동은 처음 본다.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를 ‘북한 후보’라고 낙인찍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보수의 밑바닥을 드러낸 박근혜 정권 몰락으로 치러지는 대선에서 이런 색깔론이 등장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싶다.
자유한국당과 홍준표 후보가 무리한 행동을 하는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선거를 극단적인 이념대결로 끌고 가서 보수표를 결집하겠다는 뜻이다. 선거 초반부터 도를 넘은 막말과 흑색선전 공세를 마구 펼친 홍 후보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그러니 이젠 인공기까지 동원해서 경쟁 후보를 색칠하며 정치적 금도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렇게라도 해서 기사회생하려는 극우보수 세력의 천박한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더 무서운 건, 그런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이 날이 갈수록 상승해 이젠 2위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벌인다는 사실이다. ‘보수의 혁신’을 내걸었던 바른정당 의원 10여명은 도로 ‘홍준표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비극적인 한국 정치의 한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새가 양 날개로 날듯이 진보와 보수가 공존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공존이 가능하려면 상대방을 인정하고 소통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인공기 파문은 이런 노력을 부정하고 정면으로 역행하는 처사다. 반대편에 증오의 낙인을 찍어 배제했던 ‘극우보수 정권’의 말로가 어땠는지 박근혜 전 대통령은 똑똑히 보여줬다. 자유한국당과 홍준표 후보는 지금 박근혜씨가 갔던 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그렇게 시계를 탄핵 이전으로 되돌리는 게 가능하리라 믿는가. 더이상 국민을 분열시켜 표를 모으는 행동을 하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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