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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세월호 아픔’ 키우는 SBS 보도와 정치권

등록 2017-05-03 18:11수정 2017-05-03 20:35

대선이 1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에스비에스>(SBS)의 세월호 관련 보도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특정 후보에게 직접 타격을 줄 수 있는 내용을 일방적으로 내보낸 무책임한 보도 행태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

에스비에스는 2일 저녁 ‘차기 정권과 거래? 인양 지연 의혹 조사’라는 자막과 함께 “솔직히 이거(세월호 인양)는 문재인 후보에게 갖다 바치는 거거든요”라는 녹취파일을 익명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발언이라고 보도했다. 해수부가 부처의 자리와 기구를 늘리는 거래를 문 후보 쪽에 시도했음을 암시하는 발언도 있다고 전했다.

보도를 보면, 지난 2년간 선체 인양이 지연된 데 대한 국민적 의혹이 있다고 했다가 차기 정권과의 거래 의혹을 제기하는 등 앞뒤 자체가 맞지 않는다. 특히 신뢰성 검증이 어려운 익명 취재원의 주장을 전하면서 문 후보 쪽 입장을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은 저널리즘의 기본을 망각한 것이다. 3일 새벽 기사를 삭제한 에스비에스는 이날 저녁 8시 뉴스 첫머리에 내보낸 5분여의 사과 방송에서 “기사 작성과 편집 과정에서 해수부 비판이라는 발제 의도와 전혀 다른 뉴스가 방송됐다”며 특정 후보 폄훼 의도도, 어떤 외압도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들의 언론 불신이 높은 가운데, 선거를 눈앞에 두고 나온 이번 보도는 게이트키핑 실수로 넘기기엔 너무나 치명적이다. 에스비에스 노조는 박근혜 정권 시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문장이 삭제되고 취재원의 신뢰도에 대한 내부 문제제기가 반영되지 못한 점 등을 들어 ‘제2의 보도참사’로 규정하고 나섰다.

정치권의 무책임한 태도도 도를 넘었다. 이미 2015년 4월 세월호 공식 인양을 발표할 때 정부가 “업체 선정 뒤 1년~1년6개월이 걸린다”고 밝힌데다 이후 인양 방식도 바뀌었다. 무엇보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3월23일 “정부는 세월호 문제에 대해 입 밖에 꺼내는 것조차 꺼렸다”고 말했듯이, 인양 지연의 배후에 ‘박근혜 청와대’가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데도 기사 삭제와 사과를 두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집권하면 에스비에스 8시 뉴스를 싹 없애겠다”고 하고, 국민의당은 “언론탄압” 운운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세월호 참사가 정치 문제로 이용되며 유가족과 국민에게 얼마나 큰 아픔을 줬는지 이들은 모른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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