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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조세개혁 토대 위에 담대한 복지국가 비전 세워야

등록 2017-05-04 17:37

지난겨울 전국을 뜨겁게 달군 촛불 민심의 바람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그 핵심 중 하나가 ‘복지’라는 걸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통령 후보들이 저마다 나름의 복지 공약을 쏟아낸 이유도 여기 있다. 주요 정당의 다섯 후보는 대상 범위와 수준, 시기에는 차이가 있지만 모두 기초연금 30만원 인상과 아동수당 도입을 내걸었다.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육아휴직 확대, 노인 의료비 완화도 다같이 약속했다. 초저출산·고령사회인 현실을 살피면 응당 실현돼야 할 정책들이다. 주목할 만한 공약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외한 네 후보가 약속한 ‘부양의무제 폐지’다. 부양의무제는 자식 또는 부모의 소득과 재산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없다는 것으로, 100여만명의 극빈층을 복지 사각지대로 내몬 주범이다.

문제는 실행이다. 공약이 실제 이뤄질 것인지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두 가지 전제가 있어야 한다. 하나는 후보의 굳건한 공약 실행 의지다. 시민의 매서운 눈과 따가운 목소리가 차기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강제하는 힘일 것이다. 또 하나의 전제는 재원 마련이다. 획기적 공약인 부양의무제 폐지의 경우, 모든 후보가 10조원으로 추정되는 재원 대책과 세부방안을 뚜렷이 제시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복지 사각지대의 또다른 주범인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비현실적 재산 기준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도 지적받아야 한다.

사실 두가지 전제는 따로 떨어진 게 아니다. 실행 의지는 재원 방안의 구체성을 통해 확인·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보들이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와 공약집을 통해 제시한 재원 방안을 살펴보면, 대부분 복지 재원 규모를 과소 추계하거나 내놓은 방안이 추상적이어서 현실성이 떨어진다. 지나친 재원 중심 사고는 경계해야 하지만, 적정한 재원조달 방안 없이 의지만으로 공약을 실현할 수는 없다.

복지 재원에 대한 소극적 태도는 표를 의식해 증세를 얼버무리거나, 복지를 말하면서도 여전히 성장이 먼저란 시각과 무관하지 않다. 근본적으로는 어떤 복지국가를 지향하는가라는 ‘비전과 전략의 부재’에서 기인한다. 사회보험과 사회서비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중 어느 부문에 재원을 먼저 투입하느냐에 따라 복지국가의 상은 달라지기에 비전 수립은 매우 중요하다. 저부담·저복지가 국민 고통을 가중하는 상황에서 복지 확대는 필연이지만, 무분별한 확대는 오히려 양극화와 불평등을 심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각 후보는 복지국가 비전과 공약 우선순위를 자세하게 밝혀야 한다. 유권자들은 누가 복지재정 확충을 위한 조세개혁안을 분명하게 약속하는지 눈을 크게 뜨고 살피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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