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4일 “국정농단 문제가 있었던 친박들을 용서하자”며 “모두 하나가 돼서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책임을 지고 탈당한 이정현·정갑윤 의원,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서청원·최경환·윤상현 의원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명했다. 그는 또 “우리가 압승하기 위해 바른정당에서 오려는 사람들도 다 용서하자. 복당시키는 게 맞다”고 했다. 친박계가 바른정당 탈당파의 복당을 반대하고 나서자, 친박계 핵심의 복권과 탈당파 복당을 맞바꾸자고 나선 것이다.
표를 얻기 위해서라면 색깔론이건 막말이건 서슴지 않는 홍 후보라지만, 친박 핵심까지 복권시키자고 하는 건 한마디로 후안무치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서청원·최경환·윤상현이 누구인가? 박 대통령 탄핵과 구속을 끝까지 반대하면서 삼성동 자택까지 몰려가 친위대를 자처했던 인물들이다. 당과 정부를 쥐락펴락하며 박근혜 정권 파탄에 실질적 책임이 있는 이들이다. 대선 뒤에도 오랫동안 자숙하거나 아예 정치를 그만둬야 할 사람들이다. 그런데 대선이 끝나기도 전에 이들을 복권시키자니, 어떤 원칙이나 명분도 찾기 어려운 주장이다. 수백만 촛불 시민이 외친 “친박 청산”의 메아리가 아직도 뇌리에 생생한데, 버젓이 이들을 원상태로 돌리자고 하니 어안이 벙벙하다.
바른정당 탈당파들은 이참에 진로를 다시 생각해보는 게 좋다. 황영철·정운천 의원이 잇따라 탈당 의사를 접고 잔류를 선언했다. 몇몇 의원의 추가 잔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명분이 너무 없는 탈당 선언에 국민적 비난이 쏟아진 탓이다. 더욱이 이들은 ‘친박 청산이 불가능하다’며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을 뛰쳐나온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 당에 복귀하기 위해 친박을 살려내야 할 판이니, 이쯤 되면 정치라기보다 ‘허무 개그’에 가깝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다. 탈당 선언 이후 바른정당과 유승민 후보에게 쏠리는 지지와 성원은, 정치인이란 무릇 국민만 보고 가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탈당파, 그리고 친박까지 엮여서 벌이는 막장극은 한국의 보수 정치세력이 갈 데까지 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 중심엔 ‘막장 보수’의 행태를 보여온 홍준표 후보가 있다. 도대체 홍 후보와 자유한국당은 보수의 가치를 어디까지 깎아내릴 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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