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문화예술계를 조직적으로 탄압한 범죄행위의 ‘몸통’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음이 분명해지고 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준우 전 천와대 정무수석의 증언과 그가 제출한 업무수첩에서 그 증거를 찾아볼 수 있다.
박 전 수석의 수첩에 담긴 박 전 대통령의 발언과 지시를 보면 이토록 편협하고 적개심으로 가득 찬 사람에게 국정을 맡겼다는 사실에 또다시 놀라게 된다.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1주년 즈음인 2013년 12월19일 당 최고위원 만찬에서 “엠비(이명박 정부) 때 좌파 척결에 한 일이 없어 나라가 비정상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수첩에 적혀 있다. 더 나아가 박 전 대통령은 2014년 2월 국무조정실 업무보고에서는 ‘불독보다 진돗개같이’, ‘한번 물면 살점 떨어질 때까지’ 같은 살벌한 말들을 동원해가며 ‘비정상의 정상화’를 주문했다. 이 발언은 당시 국정과제 수행을 재촉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지만 앞뒤 정황을 보면 비판적 문화예술단체를 제거하라는 지시였던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이 입에 달고 살던 ‘비정상의 정상화’가 결국 자신에게 비판적인 세력을 척결하는 것이었던 셈이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을 통해 박근혜 정부가 국민을 둘로 갈라 대통령 자신을 반대하면 모조리 좌파·종북으로 몰아붙여 탄압하고 뿌리뽑으려 한 사실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비국민으로 낙인찍어 국가의 보호와 지원에서 배제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통합해야 할 의무를 팽개치는 수준을 넘어 의도적으로 반대파를 압살하려 한 데 대해 준엄한 법의 심판이 뒤따라야 한다. 새로 들어설 정부는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다시는 이런 반헌법적인 범죄행위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역사의 교훈으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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