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율이 26.0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4·5일 이틀 동안 실시된 사전투표에서 전체 선거인 4247만9710명 가운데 1107만명이 투표장을 찾았다. 지난해 총선 때 사전투표율이 12.2%였던 것에 비하면 두 배 넘게 뛰어올랐다. 전국 어디서나 투표할 수 있는 등 제도가 무척 편리하고 홍보도 잘되면서 사전투표가 본궤도에 올랐다. 다만, 인천공항에 투표소가 한곳밖에 없어 출국하는 유권자들이 긴 줄에 투표를 포기하기도 하고, 김포공항에는 아예 투표소가 설치되지 않은 점 등은 옥에 티라고 할 수 있다.
사전투표율이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그만큼 국민들이 이번 대선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앙선관위가 지난 4일 발표한 19대 대선 유권자 의식 조사 결과를 보면,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86.9%에 달했다. 이는 2012년 대선에 비해 7%포인트 높다. 이를 토대로 이번 대선 투표율이 지난 대선 투표율 75.8%를 웃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번 대선이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고 치르는 ‘촛불 대선’인 만큼 국정농단에 분노한 유권자들의 발길이 사전투표부터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전투표율이 높다고 해서 대선 당일인 9일의 최종투표율까지 그 열기가 지속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또 지역별·세대별 투표율 변수에 따라 당락이나 득표율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다. 각 정당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았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쪽은 지지세가 강한 2030 젊은층이 사전투표장에 대거 나왔다고 주장한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쪽은 지역 기반이 강한 호남의 높은 투표율이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쪽은 보수층의 위기의식이 사전투표에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선거를 앞두고 이런저런 주장을 내놓을 수 있지만 판단은 유권자 몫이고, 선거는 투표함을 열어봐야 그 결과를 알 수 있다.
사전투표가 성공적으로 치러지면서 이제 대선까지는 불과 사흘밖에 남지 않았다. 각 후보들은 막바지 유세에서 혹여라도 가짜뉴스나 인신공격, 지역감정 조장 등을 통해 표를 얻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길 바란다. 유권자들은 이제 그런 거짓 선동에 속을 만큼 어리숙하지 않다. 유권자들도 투표장에 나와 깨끗한 한 표를 행사함으로써 ‘촛불 대선’이 민주주의의 새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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