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가 7일 밤 파리 루브르박물관 앞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례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프랑스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신생 정당 ‘앙마르슈’(전진) 소속 에마뉘엘 마크롱(39) 후보가 승리했다. 프랑스 국민들은 고립주의와 인종주의를 바탕으로 유럽연합(EU) 탈퇴, 보호무역, 반이민을 표방한 ‘국민전선’에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시하며, 극우세력에 대한 방파제 구실을 톡톡히 해냈다. 아직은 ‘톨레랑스’(관용)가 살아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마크롱도 당선 인사에서 프랑스 혁명 정신인 ‘자유, 평등, 박애’를 수호하겠다고 화답했다.
국회 의석이 전혀 없는 마크롱의 승리 배경엔 반기득권 정서와 기존 정당의 부패·무능에 대한 국민 분노 등 이른바 ‘데가지슴’으로 표현되는 구체제 청산 요구가 깔려 있다. 마크롱이 앞으로 프랑스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경험 부족만 드러낸다면, 이번에 결선에서 패퇴한 극우 포퓰리즘은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다.
극우세력을 막기 위해 다른 정치세력이 연대하는 프랑스 특유의 ‘공화국 전선’ 현상이 크게 약화되고 정치적 냉소주의가 만연했다는 점도 이런 우려를 더한다. 결선투표 참가율은 74.7%로, 1969년 대선 이후 최저치였다. 이런 분위기 탓에 오는 6월 총선에서 공화당은 국민전선에, 사회당은 마크롱 신당인 ‘앙마르슈’에 상당수 의석을 넘겨줄 수 있다. 전체적으로 프랑스 정치 지형이 오른쪽으로 더 이동하는 셈이다.
경제 등 프랑스가 안고 있는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세계화 과정에서 소외된 노동자 계층과 서민들의 좌절감을 파고든 르펜은 5년 뒤 더욱 강력한 후보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마크롱의 승리에 마냥 환호하기 힘든 이유다. 마크롱은 당선 인사에서 “두려움에 굴하지 않겠다. 분열에 굴하지 않겠다”며 국민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르펜에게 투표할 이유가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마크롱의 약속이 이뤄져야 전세계에 부는 극단주의 열풍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