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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보수세력, 과거 행태와 단절 못하면 미래 없다

등록 2017-05-10 18:12수정 2017-05-10 21:21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9일 밤 서울 여의도 당사 상황실에 들러 출구조사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9일 밤 서울 여의도 당사 상황실에 들러 출구조사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19대 대선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득표율은 24.0%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6.8%)와 새누리당 조원진 후보(0.1%)까지 다 합쳐도 보수 정치세력의 총득표율은 30.9%다. 1987년 노태우 민정당 후보의 36.6%보다 더 낮다. 대선에서 보수 정치세력의 득표가 이 정도 수준에 그친 건 처음이다. 자유한국당은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후보가 이 정도로 많은 표를 얻은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이 더 많다.

이번 대선은 보수정권의 부패·비리·국정농단에 따른 대통령 탄핵 때문에 치러졌다. 그러니 자유한국당은 먼저 철저한 반성을 해야 했다. 그런데 친박 핵심 의원들에게 ‘당원권 정지’ 수준의 징계만 내리더니 그나마 투표 이틀 전엔 모두 철회했다. 그렇게 대통령 탄핵에 책임진 사람은 당내에 아무도 없다. 오히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책임’을 지라고 다른 정당·정치인을 윽박지른 게 자유한국당의 민낯이다.

책임, 희생, 배려, 관용을 흔히 보수의 미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땅에 언제 그런 가치를 지닌 보수정당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기득권만 지키는 수구정당만 이어져왔을 뿐이다. 대구에서 홍준표 후보는 지지율 1위를 기록했지만, 그 수치는 과반에 못 미치는 45%로 뚝 떨어졌다. 이대로라면 ‘영남 지역당’이 자유한국당의 미래일 것이다.

홍준표 후보는 9일 밤 “(자유)한국당 복원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탄핵 이전으로 고스란히 돌아가는 식의 복원이라면 보수의 미래는 기약할 수 없다. 바른정당은 대선 패배 논평에서 “아무도 가지 않았던 새로운 보수의 길을 향해 꿋꿋이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바른정당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과의 명분없는 단일화나 복당 등에 매달려선 안 된다. 과거 정치행태와 완전히 단절해야 보수는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보수가 바로 서야 진보도 긴장하고, 우리 사회가 한걸음 앞으로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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