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첫 국무총리로 이낙연 전남지사를 지명했다. 선거기간 중 밝힌 ‘비영남 총리’ 약속을 지키면서 ‘영남 대통령-호남 총리’란 모양새를 갖춘 셈이다. ‘대통합, 대탕평’을 국정운영의 최우선에 두겠다는 의지를 내보이는 동시에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이란 국정 청사진의 첫 단추에 부합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낙연 총리 후보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지만 한때 ‘손학규 계파’로 분류됐다. 국민의당 핵심 인사들과 정치적으로 가까운 사이다. 이런 점에서 선거 때 경쟁했던 국민의당과 관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회에서 야당의 전폭적 지원과 협력을 끌어내려면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능력이 있다면 소속 정당과 정파를 가리지 않고 과감하게 발탁하는 걸 주저할 필요가 없다. 119석의 민주당 의석만으론 야당의 협조 없이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부처 장관 인선 등 후속 인사에서 더욱 과감하고 획기적인 탕평·화합 인사가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비상한 상황인 만큼 이번 국무총리에겐 여느 총리와 구별되는 막중한 소임이 부여돼 있다. 이낙연 후보자는 국회에서 4선을 쌓는 동안 온건하고 합리적이란 평을 받았지만, 정치력을 평가받을 기회는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국정의 중심에서 더욱 책임 있고 무게 있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호남 총리’란 수식을 넘어 ‘경륜과 능력을 갖춘 국민통합 총리’가 되기를 바란다.
청와대 비서실장에 50대 초반인 임종석 전 의원을 임명한 점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젊고 역동적이고 군림하지 않는 청와대’를 약속했다. 그런 청와대를 만들려면 무엇보다 참모진이 대통령과 격의 없이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국정농단의 장으로 전락한 ‘박근혜 청와대’의 모습을 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광화문 청와대 시대’의 시작을 기대하는 이가 많은 건 그런 이유에서다.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댓글 사건 등 연이은 국내정치 개입으로 ‘개혁 대상’이 된 국정원을 크게 수술해야 할 책임을 떠안고 있다. 순수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대통령의 공약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서 후보자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다짐했는데, 국민이 두 눈 똑똑히 뜨고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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