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참모들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특검 시한 연장 불발로 인한 국정농단 수사 미진, 세월호 특조위 중단 등에 대한 재조사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조국 민정수석은 12일 이른바 ‘정윤회 문건’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박관천 전 경정과 수사검사 등을 불러 진상을 가리겠다는 뜻도 덧붙였다. 징계 사안은 징계하고 심각한 비리나 직권남용 직무유기 등이 발생했다면 “(수사기관에) 넘겨야 한다”며 형사처벌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대통령 탄핵 사태에 이른 국정농단의 시발점이 ‘정윤회 문건’ 사건이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국정농단 사건 가운데 ‘박근혜 청와대’의 검찰농단에 대한 수사는 박영수 특검에서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과 조 수석의 지적은 옳다. 어떤 형태로든 진상을 다시 밝혀 정의를 세워야 한다는 건 촛불 시민의 요청이기도 하다.
2014년 정윤회 문건 사건 때부터 박관천 전 경정이 “최순실씨가 권력서열 1위”라며 국정농단을 밝힐 단초를 제공했으나 검찰은 ‘사설정보지를 짜깁기한 문건’으로 사건을 뒤집었다. 의혹의 몸통은 밝히지 않고 오히려 제대로 조사한 공무원을 처벌했다. 조사를 받았던 최아무개 경위는 목숨을 끊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검찰 수사팀은 물론 검찰 고위층의 진상 은폐 여부는 반드시 밝혀야 한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중심으로 한 박근혜 청와대의 검찰농단 사례는 한둘이 아닐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 책임이 있는 해경 간부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지 못하게 해 결국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사례는 직권남용 혐의가 짙은데도 검찰은 덮었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황교안 전 총리와 김수남 전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 책임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 정도 사안을 민정수석실 자체 조사나 법무부 감사로 파헤치는 건 역부족이다. 제대로 밝혀내려면 결국 특검이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조 수석의 발언을 보면 치밀한 준비를 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국정의 투명성 못지않게 결과물을 내놓는 게 중요하다. 민감한 사안일수록 결단과 함께 지혜가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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