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 취임 나흘 만인 14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 정세 변화와 문재인 정부 출범 등으로 북-미, 남북 간 대화 가능성이 커진 시점에서, 협상 전에 미리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별개로, 북한이 자체 개발 일정에 따라 미사일 발사 프로그램을 예정대로 진행한 것이며, 외교안보 지형 변화와 상관없이 앞으로도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북한은 이미 핵·미사일 개발과 남북관계를 분리해서 다루려는 의도를 여러차례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이런 행동은 한국과 국제사회에는 ‘도발’로 인식돼 국제관계 속에서 대화를 시도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공간을 좁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내 강경 매파의 목소리를 키워줄 수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8~9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미국 쪽과 1.5 트랙 회의를 한 뒤 “여건이 되면 (미국과) 대화하겠다”고 밝히는 등 북한도 지금 같은 국제사회 고립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강함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의 이런 무력도발은 고립을 자초하는 행위다. 문 대통령은 이날 미사일 발사 직후, 곧바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국방장관, 홍용표 통일부 장관 등 전임 정권의 안보라인을 중심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 아직 새 정부 안보라인이 구축되지 않았지만, 국가안보 문제는 정권 차원을 넘는 국가적 문제라 보고 기존 안보상황 매뉴얼대로 대응한 것이다. 신속한 대처는 국민들의 불안을 불식하려는 노력으로 긍정적으로 봐줄 만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 미사일 발사를 “국제평화와 안전에 대한 심각한 도전 행위”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북한과) 대화가 가능하더라도”라고 말하는 등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투트랙 전략을 언급했다. 이전 정부와 비교하면 ‘대화’의 싹을 자르지 않고 단서를 유지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고 했다. 또 문 대통령 대선 공약에는 ‘이산가족 전원 상봉’도 들어 있다. 이번 미사일 발사 전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시>(NBC)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대화를 개의치 않지만, 대화는 특정한 상황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가 미국의 대북 압박 정책에 영향을 줄까봐 은근한 견제를 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국제사회와 대북 기조를 맞춰 나가면서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애초의 ‘대화 기조’와 방향을 뒤엎지 않고 설득하고 노력하는 작업은 계속해야 한다. 또 국내의 여러 정치세력 역시 국내정치적 목적을 위해 안보상황을 이용하던 냉전시대의 잘못된 행태를 더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