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라는, 우리 사회의 지난한 과제 해결을 향한 대장정이 시작됐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한 자리에서 비정규직 1만여명의 연내 정규직화를 선언한 데 이어 15일 ‘좋은 일자리 창출 티에프’를 가동했다. 각 부문과 사업장에서도 비정규직 처우 개선 및 정규직 전환 요구가 터져나오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20여년간 악화일로를 걸은 비정규직 문제는 우리 사회 ‘격차’와 ‘차별’의 상징이 됐다. 전체 임금노동자 3명 중 1명꼴에 이르는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에 불과하다. 민간부문 선도 구실을 하는 공공부문조차 5명 중 1명이 비정규직인 상황이다. 비정규직 남발은 또 저임금 노동자 양산으로 가계빚 증가, 소비 부진으로 이어지는 경제의 악순환을 강화시킨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노무현 정부는 사용기간 2년 제한이라는 기간제법을 통해 ‘출구 규제’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박근혜 정부는 오히려 기간을 4년으로 늘리려고까지 했다. 출범과 동시에 비정규직 문제가 국정 최우선 과제라는 신호를 분명히 보낸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 사용사유 제한, 비정규직 부담 제도 등 ‘입구 규제’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과정은 만만치 않다. 상대적으로 손쉽다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도 직접고용이냐 자회사냐, 재원은 어떻게 할 것인가 등 쟁점이 즐비하다. 차별이 아닌 직무와 숙련도에 따른 차등을 어떻게 둘 것인지도 민감한 사항이다.
고통스런 문제일수록 회피하지 않는 ‘대화와 설득’이 절실하다. 먼저 노동자나 노조가 ‘시혜 대상’이 아니라 논의의 대등한 주체가 돼야 한다. 인천공항공사가 티에프에서 노조를 배제한 건 유감이다. 노조와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다산콜센터 재단을 설립해 비정규직을 전환한 서울시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특히 민간부문으로 움직임이 확산되려면, 사쪽의 비용 및 효율성 위주라는 기존 발상의 전환과 동시에 일자리 나누기, 임금체계 검토 등 노쪽의 자세 변화 또한 요구된다. 노사정위원회를 비롯한 사회적 대화를 다층적·다채널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 때에 따라선 소비자가 감수해야 할 몫도 있을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가 우리 사회 격차 해법과 성장의 동력을 찾는 질문과 직결되어 있음에 공감한다면, 지금이야말로 진지한 사회적 대화를 시작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