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여 동안 제창이 금지됐던 ‘임을 위한 행진곡’이 18일 5·18광주민주화운동 37돌 기념식에서 모든 참석자들의 입을 통해 울려 퍼진다. 5·18 이후 민주화운동의 상징이 된 노래가 다시 제창되는 것은 그 자체로 뜻깊은 일이다. 37돌 기념식은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5·18 유공자와 유족 등 1만여명이 참석하는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거라고 한다. 새로 들어선 정부가 5·18 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려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반갑다.
그러나 국가 차원의 기념과는 별개로 5·18의 진실이 여전히 다 밝혀지지 않은 채 어둠 속에 은폐돼 있다는 사실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한겨레>가 입수해 보도한 ‘보안사령부(현 기무사령부)의 5·18 왜곡 문건’이 은폐 실상의 단면을 보여준다. 보안사가 1988년 국회 5·18청문회를 앞두고 비밀조직을 만들어 저지른 5·18 왜곡·조작 내용은 충격적이다. ‘5·11연구위원회’라는 이 비밀조직은 광주시민을 폭도로 몰고 계엄군 진압을 정당방위인 것처럼 만들기 위해 핵심 서류들을 조작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1980년 5월21일 시민군의 최초 무기탈취 시간을 오후 5시30분에서 계엄군의 집단발포 이전인 오전 8시로 변조했다. 광주시민이 공수부대에 먼저 총을 쏜 것처럼 조작한 것이다. 또 이들은 전투교육사령부의 상황일지 중 7공수부대가 총검으로 시민을 진압했다는 내용도 삭제하도록 지시해 공수부대의 잔혹한 학살 실상을 감추었다.
국가기관이 주도한 불법 조작 때문에 1996년 검찰의 12·12와 5·18 수사 때 옛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로 희생된 시민들의 죽음을 ‘내란 목적의 살인죄’로 단죄하지 못했다니 통탄스럽다. 더욱 통탄스러운 것은 이런 조작으로 만들어진 거짓 사실이 이후 국방부 공식 입장으로 이어졌고, 현재 인터넷에 떠도는 5·18 관련 거짓 주장들의 뿌리가 됐다는 점이다.
새 정부는 5·18의 총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기관이 그 진상을 왜곡·조작한 과정도 파헤쳐야 한다. 지금껏 발포명령자가 누구인지도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5·18의 진실을 온전히 밝히는 일은 이름 없이 죽어간 원혼들을 달래는 일일 뿐 아니라, 이번 37돌 기념식의 주제인 ‘정의가 승리하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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