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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피우진 보훈처장 발탁이 주는 울림

등록 2017-05-18 18:03수정 2017-05-18 18:39

피우진 육군 예비역 중령의 국가보훈처장 임명이 주는 울림이 크다. 보훈처 56년 역사에서 첫 영관급 출신에, 첫 여성 처장이라는 ‘기록적’ 의미 때문만이 아니다. 그의 삶의 궤적은 남성 중심 문화가 강한 조직에서 많은 여성들이 부딪쳐야 했던 길과 고스란히 겹친다.

피 처장이 육군에 입대한 1979년 여군은 전투·기술 같은 병과가 없는 그저 ‘여군’이었다. 행정 지원이 업무의 전부였다. 1982년 육군 항공단의 첫 여성 헬기조종실장이 되었다곤 하나, 여군에게 병과가 생긴 건 1989년이 되어서였다. 유방암 판정을 받은 피 처장이 헬기 조종을 위해 멀쩡한 다른 쪽 가슴까지 절제한 뒤 2006년 강제전역 당했던 일은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싸웠다. 자신의 문제뿐 아니라, 술자리에 예쁜 사복의 여군을 보내라는 사령관의 부당한 지시에 맞서기도 했다.

조현옥 인사수석에 이은 피 처장 임명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약속한 ‘초대 내각 여성 30% 발탁’에 대한 강한 실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앞으로 줄줄이 있을 내각 및 사법기관 수장 인사를 주목한다.

여성의 각계 진출이 활발해졌으나, 전체 사회에 가장 파급력이 큰 권력기관이나 공기업·대기업의 변화는 더딘 게 사실이다. 여성할당제 논의가 시작된 2000년대 초반이나 지금이나 ‘뽑으려 해도 여성 인재풀이 없다’는 말은 여전하다. 이번 인사는 인사권자의 의지와 발상의 전환이 중요함을 보여줬다. 보훈처장은 장군 출신이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면 불가능한 인사였을 것이다. 권력층과 가까운 여성 등 한정된 인재풀이 아니라, 전문성과 업무 역량으로 해당 분야에서 인정을 받는 여성들을 찾는다면 프랑스나 캐나다의 남녀 동수 내각도 한국에서 먼 일만은 아니다. 2002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공기업 이사회 여성 비율 40%라는 강제규정을 도입한 노르웨이도 90년대까지 여성 이사 비율이 7%에 못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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