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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오월의 아픔 어루만진 새 대통령의 품격

등록 2017-05-18 18:06수정 2017-05-18 18:06

어제 열린 37돌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은 정권교체를 실감케 하는 가슴뭉클한 장면이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유가족들을 성심껏 위로하고, 5·18이 갖는 역사적 의의를 제대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어느 5·18 기념식보다 성대하고 뜻깊게 치러졌다. 문 대통령이 참석자들과 함께 손을 맞잡고 보수정권 9년 동안 제창이 금지됐던 ‘임을 위한 행진곡’을 힘차게 부르는 모습은 행사의 백미였다.

문 대통령이 기념공연 행사에 나온 ‘5·18둥이’ 김소형씨를 끌어안고 눈물짓는 장면도 감동적이었다. 김씨는 ‘아버지께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김씨의 아버지는 1980년 5월18일 태어난 딸을 보러 광주로 왔다가 계엄군의 총탄을 맞고 숨졌다. 편지를 듣던 문 대통령은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쳤고, 퇴장하는 김씨를 뒤따라가 한동안 끌어안고 위로했다. 김씨는 연신 흐느꼈고 이를 전하는 텔레비전 수화통역자도 눈시울을 적셨다. 보통사람들처럼 함께 아파하고 눈물 흘리는 대통령의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위로일 것이다.

문 대통령의 기념사는 새 정부의 가치와 지향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문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연장선 위에 서 있다. 1987년 6월항쟁과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맥을 잇고 있다”고 밝혔다. 군사독재와의 투쟁 속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켜낸 것이 새 정부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고, 이것이 국정운영 기조가 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오월 광주는 지난겨울 전국을 밝힌 위대한 촛불혁명으로 부활했다”며 “새 정부는 이 땅의 민주주의를 온전히 복원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특히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는 공약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헌법 전문에 5·18 민주화운동을 넣는 건 시대정신을 적절히 헌법에 반영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87년 개정한 지금 헌법은 시대적 한계 때문에 4·19 혁명 이외에 5·18 민주화운동이나 6월항쟁 등을 담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또 “5·18 민주화운동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더욱 큰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헬기 사격까지 포함해 발포의 진상과 책임을 반드시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세력이 5·18을 폄훼·왜곡하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통해 거짓 주장까지 내놓는 상황에선 진상 규명의 고삐를 늦출 수가 없다. 거창할 필요는 없지만 실효성 있게 5·18의 진실이 온전히 드러나도록 정부와 관련기관이 적극 노력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광주시민들에게 “광주정신으로 희생하며 살아온 전국의 5·18들을 함께 기억해 달라” “광주가 먼저 정의로운 국민통합에 앞장서 달라”고 부탁했다. 광주의 아픔을 마음속 깊이 껴안고 이를 통해 국민이 화합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5·18 기념식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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