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의 넷마블을 비롯한 12개 게임업체에 대한 기획근로감독 결과, 한국에 만연한 장시간 노동 현실이 또 한번 확인됐다. 특히 화려한 이미지와 달리 첨단업종에서 임금체불 등 법 위반이 일상화된 현실은 청년들을 절망으로 밀어넣는 ‘열정페이’ 착취라는 점에서 더욱 개탄스럽다.
고용부 발표 내용을 보면, 게임업체 12곳의 노동자 3250명 가운데 2057명(63.3%)이 지난 1년 사이 주 12시간의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해 1주 이상 근무했다. 이들의 주간 평균 초과근로시간은 6시간, 지급받지 못한 금액은 44억원에 달했다. 게임업계는 예전부터 게임 출시 전 집중근무를 하는 ‘크런치 모드’로 악명높았는데 최근 모바일게임이 대세가 되면서 그 주기가 더 짧아졌다.
이번 기획근로감독은 게임업계 1위인 넷마블에서 지난해 3명의 직원이 돌연사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계기였다. 평소 예방이 아니라 이처럼 극단적 상황이 벌어져야 감독에 나서는 일이 반복되는 데는 근로감독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탓이 우선 크다. 더불어민주당 일자리위원회 보고서가 근로감독청 신설과 근로감독관 2배 증원을 명시한 만큼, 문재인 정부가 이 약속 실현에 좀더 속도를 내기 바란다. 법 위반 사업주에 대한 과태료는 획기적인 강화가 필요하다. 이번 근로감독도 게임업체 9곳에 건강검진 미실시 등을 이유로 과태료 295만원을 부과한 게 전부였다.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211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 1766시간에 비해 월등히 높다. 근로기준법은 주당 최대 52시간 근로를 허용하지만 대부분이 주말까지 포함해 주당 68시간을 한도로 삼는 게 현실이다. 특히 이른바 ‘포괄임금제’의 확산은 ‘공짜 야근’과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고 있다. 새 정부가 ‘주당 52시간’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선 포괄임금제 금지 및 예외 업종에 대한 엄격한 적용 논의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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