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6월22일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등의 단체로 이뤄진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회원들이 정부의 제한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식량과 농업용품 등을 쌓아놓은 채 인도적 대북지원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통일부가 22일 남북 민간교류와 인도적 지원을 하려는 민간단체들의 대북접촉 승인을 유연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남북관계 단절은 한반도의 안정 등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통일부 방침은 북한이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중장거리 전략탄도탄 ‘북극성 2형’을 시험발사한 바로 다음날 나왔다는 점에서 그 무게감을 더한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상황에서도 인도적 지원을 비롯한 남북 교류를 복원하겠다는 새 정부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천안함 침몰 직후 이명박 정부는 인도적 목적을 제외한 북한과의 모든 인적·물적 교류를 금지하는 5·24 대북 제재조치를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개성공단 폐쇄까지 더해져 남북관계는 완전히 끊어지다시피 했다. 통일부 자료를 보면, 5·24 조치가 발표된 2010년만 해도 대북 인도적 지원 규모가 정부 204억원, 민간 201억원 등 405억원가량 됐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마지막 해인 지난해엔 이 규모가 정부 1억원, 민간 28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북한 식량난이 이전에 비해 완화됐다고는 하나, 북한 주민들이 겪는 어려움을 동족인 우리는 완전히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유엔 등 국제사회도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는 강하게 규탄하지만, 식량·분유·의약품 등 인도적 지원은 정치 상황과 분리하고 있다. 힘들 때 건넨 따뜻한 밥 한 그릇, 옷 한 벌의 온정이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흔드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새 정부가 민간단체의 대북접촉에 전향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한 건 당연한 처사이며 환영할 만한 일이다. 앞으로 개성공단 폐쇄 이후 단절된 군 통신망 등 남북 핫라인 복원에도 힘쓰길 바란다.
도널드 트럼프 새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도 북한에 지속적 압박을 가하면서 동시에 ‘대화’의 문을 열려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지난 18일 홍석현 미국특사와의 면담에서 “북한에 대해 정권교체도 않고, 침략도 않고, 체제를 보장하겠다”고 말한 건 주목할 만하다. 한국과 미국의 새 정부가 모두 대북 대화에 의지를 보이는 만큼 북한도 이에 대답해야 한다. 미사일 발사 등으로 긴장을 고조시켜 주도권을 잡으려 하지 말고 진정성 있는 화답으로 한반도 문제 해결에 나서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