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과 함께 가맹점 지원과 정규직 전환 등 ‘상생경영’에 나선 몇몇 대기업의 움직임이 눈길을 끈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신세계그룹 계열 편의점인 이마트위드미는 “우수 가맹점주를 선발해 본사 정규직으로 채용한다”고 22일 밝혔다. 정규직으로 선발된 가맹점주는 점포를 계속 운영하면서 본사로 출근하게 된다. 점포 운영 기간을 근속연수로 인정받고 정규직과 동일한 급여와 복리후생 혜택이 제공된다. 본사는 또 가맹점 월회비를 50% 감면해주는 등 점포 유지에 필요한 부분도 지원한다. 채용된 가맹점주는 편의점 운영 노하우를 본사 직원과 신규 가맹점주에게 제공한다. 가맹점과 본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신세계그룹은 또 경기도 부천에 백화점을 출점하려던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주변 상인들의 반대를 일단 수용한 것이다.
앞서 21일 에스케이그룹 계열 에스케이브로드밴드는 협력업체에 소속돼 초고속인터넷 설치·수리 업무 등을 하는 직원 5189명을 새 자회사에 정규직으로 직접 채용한다고 밝혔다. 협력업체 대표에 대해선 관리자 채용 등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에스케이브로드밴드는 그동안 이 업무를 전국적으로 103개 협력업체에 맡겨왔다.
이런 움직임을 두고 새 정부와 ‘코드 맞추기’ 아니냐는 시선도 있지만, 결코 평가절하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정부의 정책방향이 올바르다면 이에 호응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우리 경제는 대기업 중심 구조가 더욱 고착됐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 상생발전과 동반성장의 기반을 다시 마련하는 일은 문재인 정부에 주어진 핵심 과제다. 문 대통령도 중소벤처기업부 신설, 중소기업 적합업종 보호 특별법 제정, 한국형 이익공유제인 협력이익배분제 도입 등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대기업들의 상생경영 움직임이 이전처럼 보여주기식 일회성 이벤트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협력업체를 쥐어짜고 비정규직을 늘리는 방식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헤쳐나갈 수 없다. 상생경영이 처음에는 비용이 들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다. 협력업체와 노동자들의 사기가 올라가고 기업 이미지가 개선돼 경영실적 향상으로 이어진다. 상생경영 움직임이 재계 전체로 확산되기를 기대해본다.
에스케이브로드밴드 협력업체 직원이 전봇대에 올라가 인터넷 서비스 개통 작업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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