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성장을 해도 고용은 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사정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의 심각성이 크다. 특히 대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면서도 인력을 줄이고 있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는 이제 담을 쌓기로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겨레>가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상장사협의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750곳의 직원 수가 125만9661명으로 2015년에 비해 2717명 감소했다. 지난해 신규 상장한 기업들을 제외하면, 기존 상장사들은 1만3304명 줄었다. 반면 지난해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은 68조4천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직원을 줄인 상장사 가운데는 조선업 불황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4332명)과 삼성중공업(2077명) 같은 곳들도 있다. 하지만 막대한 이익을 내고도 인력 축소에 나선 곳들이 다수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29조2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3년에 이어 역대 2번째다. 그런데도 직원을 3698명 줄였다.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삼성은 그룹 전체로도 가장 많은 1만2790명을 줄였다.
올해도 이런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16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12월 결산법인 536곳(금융업 등 70개사 제외)의 올해 1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지난해 1분기보다 각각 25%와 36% 증가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연간 순이익이 100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지난달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23%가 지난해보다 채용을 줄이거나 아예 한명도 뽑지 않겠다고 밝혔다.
고용과 직결된 시설 투자는 해외에서 하고 국내에선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 구조조정을 하는 대기업들이 많다. 당장 이윤은 증대하겠지만 단견이 아닐 수 없다. 국내 고용이 줄면 가계 소득 감소와 소비 축소로 이어져 가뜩이나 취약한 내수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 경제 전체가 망가지는 것이다. 이 악순환에서 기업만 예외일 수 없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대기업들의 책임 있는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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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을 마친 대학생이 학사모를 쓴 채 학교 취업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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