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인권경찰’로 변신하겠다는 의지를 잇달아 피력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가시화하면서 새 정부와 ‘코드’를 맞추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대민접촉이 잦고 민생치안을 책임지는 11만 경찰의 변화는 마땅히 환영할 일이다. 최근 서울 성동경찰서 폭행사건에서 보듯 인권경찰까지 가는 길은 아직 멀다.
우선 경찰이 유연한 집회·시위 관리 방침을 시사한 것이 눈에 띈다. 경찰청은 집회·시위 현장 관리를 주로 교통경찰에게 맡기고 경비경찰은 폴리스라인 유지 등으로 역할을 최소화하는 한편, 스웨덴의 ‘대화경찰’ 제도 도입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집회·시위의 권리가 시민의 기본적 권리임을 생각하면 당연한 방침이자 뒤늦은 감마저 있다. 2009년 용산참사와 백남기 농민이 스러진 2015년 민중총궐기는 경찰의 과잉진압이 빚어낸 비극이었다. 과잉진압이 집회 참가자들을 불필요하게 자극해 시위의 폭력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데도, 검경은 복면시위 금지 같은 방침만 내놓았다. 경찰이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를 교통소통을 이유로 금지할 수 있도록 한 집시법 12조 등의 법률 개정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민생치안 현장에서 시민들과 늘 접촉하는 경찰 스스로 인권의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 없다. 얼마 전 성동서 소속 경찰관이 무고한 시민을 보이스피싱 범인으로 오인해 폭행한 사건은 충격적이다. 설사 범인이라 해도 그렇게 폭행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동안 알려진 수사현장에서의 인권침해 사례나 의경 부대 내 폭력, 경찰의 비리 행태 등도 비일비재하다. 수사권 조정 논의는 경찰의 권한 남용 방지 장치를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동시에, 경찰이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던 과거를 반성하고 내부 개혁을 통해 인권의식을 높이는 작업을 치열하게 진행하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그때서야 경찰은 ‘인권’이란 수식어를 이름 앞에 붙일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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