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의 주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21)씨가 31일 오후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독일 거주지에서 덴마크로 달아난 지 245일 만이다. 검찰은 비행기 안에서 이미 발부된 업무방해 등 혐의의 체포영장을 집행했고, 그로부터 48시간 안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정씨는 국정농단의 시발점이 된 승마 관련 여러 논란의 핵심 당사자일 뿐 아니라 이화여대 비리 등 불법행위의 공범으로 형사처벌을 앞두고 있다. 부정입학 의혹으로 주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올 때 ‘돈도 실력이야.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글을 올린 데 이어 장기간 도피 행각으로 국민적 분노의 대상이 됐다. 정씨는 이날 귀국길에 “죄송하다”며 자신의 글에 대해 사과했으나 여러 혐의에 대해선 “억울하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이제 성인으로서 자신이 관여했거나 알고 있는 국정농단 등 여러 비리의 전모를 검찰에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은 물론 자신의 잘못된 언변과 행적들에 대해서도 좀더 겸허하게 돌아보기를 권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해 청담고 학사 비리와 이대 입학 및 학사 비리 관련 업무방해 혐의로 정씨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서울중앙지검도 우선 영장에 적시된 혐의부터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정씨는 이날 ‘(나의) 전공이 뭔지도 모른다’며 대학에 가려 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런 인물에 대한 어처구니없는 특혜가 교육부의 전폭적인 이대 재정지원과 무관한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여기에 어머니 최씨와 함께 독일의 페이퍼컴퍼니 코어스포츠의 주주로서, 삼성이 건넨 80억원(계약액 220억원) 뇌물의 수혜자인 만큼 공범 혐의 수사도 이뤄져야 한다. 특히 검찰은 고액 수임료의 출처를 비롯한 국내외 은닉재산과 재산 국외도피 여부 등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남은 반쪽’ 의혹을 재수사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공교롭게도 정씨가 귀국하는 날 이대 구성원들이 직선으로 뽑은 김혜숙 총장이 취임했다. 또 최경희 전 총장 등 이대 비리 관련자들 공판에서는 중형이 구형됐다. 이대는 이미 체육특기자 선발 제도를 없앴고 교육부는 최저학력제 등 특기자 선발 요건을 강화하는 등 정씨 사건이 대학사회에 미친 파장은 크다. 이대의 새출발과 함께 대학 운영도 더욱 투명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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