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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트럼프의 기후협정 탈퇴

등록 2017-06-02 17:5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파리기후변화협정 공식 탈퇴를 발표한 뒤 연단을 떠나고 있다.  워싱턴/신화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파리기후변화협정 공식 탈퇴를 발표한 뒤 연단을 떠나고 있다. 워싱턴/신화 연합뉴스
1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기후변화협정은 지구 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자는 전지구적 약속이다. 유엔 회원국보다 많은 195개국이 동참한 것만 봐도 지구온난화에 대한 전지구적 고민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다. 심지어 북한도 동참했다. 그런데 지구온난화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미국이 이제 와서 ‘난 모르겠다’는 식의 몰염치한 태도를 보이는 건 그 자체로 전지구적 위협이다. 협정에 동참하지 않는 나라는 단 세 나라다. 시리아, 니카라과 그리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탈퇴 이유로 ‘미국의 일자리’를 내세웠지만 오판이다. <뉴욕 타임스>는 ‘수치스러운 탈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지극히 근시안적인 판단’에 의해 내려진 이번 결정이 미국의 산업경쟁력을 위협하고 글로벌 리더십 약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크게 우려했다. 미국에 이익이 되기는커녕 미래 성장동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자해성 결정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석유·석탄 에너지에 기반한 이른바 ‘굴뚝산업’에 의한 일자리와 부가가치는 점점 줄고 있다. 태양열 등 청정에너지 산업, 전기자동차 등 미래형 산업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게 추세다. 트럼프는 “나는 파리가 아닌 피츠버그 시민들을 대표한다”고 했으나, 피츠버그 시장도 트럼프의 결정을 반대하고 나섰다.

과거 ‘러스트 벨트’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피츠버그는 이미 녹색산업 중심도시로 거듭난 지 오래다. 인구 30만명의 피츠버그에 재생에너지와 에너지효율 산업 종사 인원이 1만3천명이다. 그러니 이번 결정의 혜택은 규제를 피하려는 일부 에너지·건설·군수업계 등 트럼프와 결탁된 소수 기업가에게만 돌아갈 뿐이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의 첨단기업은 물론 엑손모빌 등 석유기업마저도 이번 탈퇴 결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 결정으로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지도력 쇠퇴는 불가피하다. 전후 70년간 미국이 주도해온 국제질서도 재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구촌의 해결사이자 자유진영의 보루처럼 여겨지던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불과 몇달 만에 점점 세계의 골칫거리가 되어가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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