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5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을 향해 활짝 웃고 있다. 인천공항/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자녀 위장전입에 대해 “공직자로서 판단이 매우 부족했다”며 사과했다. 그는 2000년 7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던 딸의 귀국을 염려하다, 모교(이화여고)에 진학시키면 적응이 쉽겠다고 생각해 은사 소개로 위장전입했다고 해명했다. 이유야 어떻든 잘못이다. 특히 위장전입한 집은 이화여고가 관리하는 아파트로, 강 후보자 말고도 여러 명이 위장전입용으로 이용한 정황이 나타났다. 알음알음으로 혜택을 누리는 우리 사회 상류층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처음엔 ‘친척집’이라 했다가 언론보도가 나오자 그제야 말을 바꾼 점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그러나 서울 봉천동 연립주택 소득세 탈루, 박사학위 논문 표절, 부동산 투기 등 그동안 제기된 나머지 의혹들은 청문회에서 대부분 해명된 것으로 판단된다.
전체적으로 청문회 내용을 볼 때, 위장전입 사안이 강 후보자가 외교부 장관 직을 수행하는 데 결정적 흠결이 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코피 아난, 반기문, 안토니우 구테흐스 등 3명의 유엔 사무총장이 연이어 강 후보자를 유엔의 주요 보직에 발탁했다. 유엔에서 어떻게 일했고 어떤 평판을 받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유엔인권위원회에서 근무하며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에 전문성을 지니고 있는 점을 평가할 만하다. 첫 여성 외교장관 후보라는 상징성은 말할 것도 없다.
북핵·사드 등 현안과 대미·대중 관계에서의 경험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귀기울일 만하다. 야당은 ‘청와대의 독주’ 가능성을 우려한다. 하지만 4강 외교는 청와대와 조율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또 그동안 외교 수장을 맡았던 미국 중심의 정통 외무관료들이 ‘국익을 위한 외교’를 얼마나 잘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외교부 혁신을 위해서도 강 후보자 같은 비고시 출신 인사를 발탁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일부 야당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일각에선 ‘강경화 낙마’를 조건으로 김상조 후보자의 청문보고서를 채택해줄 거라고 관측한다. 인사청문회 통과를 놓고 정치적 거래를 하는 건 구태다. 오히려 여성 외교부 장관 임명이 우리 외교사에 한 획을 긋는 일이라 생각하고 인준 문제를 푸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