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2인 이상 가구의 통신장비, 통신서비스 요금 지출액은 월평균 14만3720원(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이른다. 평균 가구원 수가 3.12명이니 1인당 4만6천원꼴이다. 가계 월 소비지출의 5.6%나 된다. 10년 전의 6.6%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통신서비스 회사들은 고수익을 누리고 있다. 지난해 이동통신 3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보면 케이티가 7.3%, 에스케이텔레콤이 8.54%, 엘지유플러스가 10.3%다. 5% 남짓인 상장사 평균 자기자본이익률을 크게 웃돈다. 이동통신 서비스가 시작된 지 30년이 넘어 산업이 성숙단계에 들어섰는데도 이렇게 수익성이 높은 것은 3사의 과점체제로 사실상의 요금 담합에 따른 특별이윤을 누리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통신비 인하’ 공약이 폭넓은 지지를 얻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미래부에 대통령의 통신비 인하 공약 이행방안을 9일 오후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미래부가 두차례 업무보고에서 공약 이행이 어렵다는 입장을 되풀이하자 업무보고 받기를 거부하기까지 한 터라 귀추가 주목된다.
공약의 핵심인 기본료 폐지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모든 가입자를 대상으로 일괄 폐지를 하자면 통신회사들이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 이용요금 체계를 인상 조정하는 게 불가피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형식을 취하느냐보다 실질적인 요금 인하 효과를 내는 게 더 중요하다.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사의 보조금과 이동통신사의 요금 할인액을 구분해 표기하는 분리공시제 도입을 더는 망설일 이유가 없다. 문 대통령은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도 약속했는데, 통신비 인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게 하자는 단말기유통법의 취지를 살리는 방향이어야 한다.
눈앞의 통신요금 인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통신사 간 경쟁이 살아나게 하는 일이다. 통신 3사의 시장점유율은 5:3:2로 오랜 기간 변함이 없다. 3사의 요금 구조는 거의 비슷하다. 정부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요금 인가권을 갖고 있지만, 경쟁 활성화에 거의 구실을 못한 게 사실이다. 요금 인가권을 이용자단체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적 위원회에 넘기자는 정의당 안을 채택하는 걸 적극 검토해야 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