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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 도입 서둘러야

등록 2017-06-12 18:18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 대해 법원이 잇달아 무죄판결을 내놓고 있다. 2004년 첫 무죄판결 이후 30건의 무죄판결 가운데 40% 이상이 올해 내려졌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형사처벌은 지난 10여년간 우리 국민의 ‘양심’을 무겁게 눌러온 사안이다. 일선 판사들의 잇단 무죄판결에서, 우리 사회가 이제는 이런 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수감된 나라로 꼽힌다. 4월 기준으로 누적 수감자는 1만9000명에 이르고 지금도 400명 가까운 사람이 감옥에 갇혀 있다. 지난 5월 국제앰네스티는 이런 현실에 주목하면서 우리 정부에 대체복무제 도입을 촉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이 헌법에 보장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대체복무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일부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 허용이 국방력을 약화시키고 국방의 의무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것을 우려한다. 그러나 최근의 판결문들이 강조하고 있듯이 대체복무제가 병역기피자를 양산한다는 국제적 보고도 없고, 전투력에 손실을 가져온 사례도 확인된 바 없다. 오히려 우리와 처지가 비슷한 대만에서는 대체복무제를 허용한 뒤 부작용이 없어 대체복무 기간을 군복무 기간과 같게 줄이기도 했다.

대체복무제는 2007년 노무현 정부가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듬해 들어선 이명박 정부가 철회해 원점으로 돌아간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체복무제 도입을 공약했고, 20대 국회에 들어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도 대체복무제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의 내용은 대체복무 기간을 현역 복무의 1.5~2배로 하고, 근무 강도가 현역 입대에 준하는 분야에서 24시간 합숙 형태로 복무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만하면 국민적 동의를 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심에 따라 집총을 거부한다는 이유만으로 해마다 수백명의 젊은이가 감옥에 가야 하는 현실은 가혹하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전과자로 만들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해 일할 기회를 주는 것이 헌법을 지키는 일일 뿐만 아니라 나라에도 이롭다고 할 수 있다. 정부와 국회는 대체복무제 입법화에 힘을 모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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