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14일 오후 이상훈, 박병대 두 퇴임 대법관의 후임자 추천을 위한 회의를 연다. 이들이 각 3배수 이상인 6~7명을 추천하면 양승태 대법원장이 2명을 제청해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하고 국회 동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번 인사는 기대만큼 우려도 큰 게 사실이다. 일각에선 국제인권법연구회 관련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다 국민 신뢰가 바닥 수준인 양 대법원장이 제청 자격이 있느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19일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앞둔 상황이어서 시점상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촛불 민심에 따른 새 정부 출범으로 대법원도 쇄신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양 대법원장이 이런 시대적 요구에 얼마나 부응할지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양 대법원장은 12일 한덕수 전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10명(당연직 6명)의 대법관후보추천위를 구성함으로써 본격적인 인선 절차에 들어갔다. 대법원은 지난달 22일까지 법원 안팎에서 법관·변호사 등 36명을 공개 추천받았다고 한다. 김현 대한변협 회장은 “순수 재야 변호사 중에서 대법관을 임명하는 것을 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김선수 변호사 등 8명을 천거한 바 있다.
대법원은 ‘서울대·판사 출신 50대 남성’의 틀에 박힌 구성에다 보수 편향이라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그때마다 판사 출신 교수나 비서울대, 여성을 간혹 포함시키는 ‘무늬만 다양화’로 대응해왔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통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국민들의 사법부 신뢰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국 가운데 33위(27%)로, 추락할 대로 추락한 상황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드러난 법원의 석연찮은 행적에다 인권법연구회 탄압 논란까지 겹쳐 국민들의 눈 밖에 난 지 오래다. 판사들도 수뇌부를 신뢰하지 않는다. 국제인권법연구회가 판사 502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88%인 443명이 대법원장 등 사법행정권자의 정책에 반하는 의사표현을 하면 보직이나 평정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답했다. 국민과 판사로부터 외면받는 ‘양승태 체제’에서 진행하는 대법관 인선 절차가 법원 안팎의 신뢰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기존 절차를 되돌리기 어렵다면 내용에서라도 국민 눈높이와 시대적 요구에 걸맞은 혁신적인 인선이 이뤄져야 한다. ‘자기 사람 챙기기’ 식의 구태의연한 제청이 있어선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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