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지명한 몇몇 장관 후보자들에게 ‘성 인식’과 음주운전 경력 등의 논란이 불거졌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최근 출간한 책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듯한 표현을 쓴 게 문제가 됐다.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엔 음주운전 경력이 초점이다.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이런 논란을 어떻게 해명하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안 후보자가 지난해 11월 펴낸 <남자란 무엇인가>를 보면, “인간의 몸이 재화로 거래된 역사는 길다. 노예제도가 대표적이다. 젊은 여성의 몸에는 생명의 샘이 솟는다. 그 샘물에 몸을 담아 거듭 탄생하고자 하는 것이 사내의 염원이다”라는 등의 표현이 있다. 인용과 서술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어디까지가 필자 의견인지 정확히 파악하긴 쉽지 않다. 하지만 활자로 적기엔 부적절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논란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안 후보자는 책 도입부에서 “여자든 남자든 살기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세상의 변화에 적응이 더딘 남자가 더 힘들 것 같다”고 적었다. 또 책 말미에 “이 책은 성별과 세대를 넘는 소망을 품은 한 경계인의 넋두리다”라고 썼다. 세상의 변화에 맞추어 남성이 잘못된 성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안 후보자 주변에선 그가 평소 여성 인권 향상에 노력해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성 입장에서 보면 책 내용이 균형 잡힌 시선이라 보긴 어렵다. 여성이 차별받는 남성 우위 사회구조가 엄연한데 안 후보자의 책은 이런 현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받은 이가 지녀야 할 성평등 관점으로 과연 적절한가라는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조대엽 후보자의 경우 청와대가 음주운전 경력을 미리 공개했지만 그렇게 양해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조 후보자가 만취 상태에서 경찰에 적발돼 면허취소를 받은 시점은 2007년이다. 조 후보자는 학생들의 출교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들과 술을 마시다 음주운전을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2007년이면 음주운전이 인명을 살상할 수 있는 중대 범죄라는 사회적 합의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던 때라, 가벼이 넘기기는 어렵다.
안 후보자와 조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런 논란과 비판에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국민 눈높이가 검증의 궁극적 기준인 만큼, 두 후보자가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는지가 관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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