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최근 ‘방송장악저지투쟁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방송장악에 나섰다며 투쟁 결의를 다지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내내 공영방송 장악에 혈안이 됐던 세력이 방송장악 저지를 외치다니, 진지해질수록 우스꽝스러워지는 한 편의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하다.
자유한국당의 방송장악저지투쟁위 첫 회의에서 정우택 대표는 “제1야당인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근간에 해당하는 언론의 자유,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사활을 건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비장하게 말했다. 그동안 언론 자유를 망가뜨리고 공영방송의 공영성을 말살하는 데 물불을 가리지 않았던 장본인들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 말문이 막힌다. 제 얼굴에 침 뱉기요 도둑이 몽둥이를 드는 격이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새누리당 정권 시절 내내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 경영진은 보도를 통제하고 저항하는 언론인들을 짓밟아 일터에서 쫓아냈다. 방송 공정성을 파괴해 공영방송을 한낱 대통령 1인을 위한 ‘청와대 방송’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망가진 방송을 지키겠다니 자유한국당의 ‘방송장악저지투쟁위’는 ‘방송정상화 저지투쟁위’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자유한국당은 ‘방송장악 저지’ 운운하기 전에 먼저 공영방송 구성원들의 절박한 외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한국방송 양대 노조가 실시한 사내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8%에 이르는 2896명이 고대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박근혜 정권 비호로 일관하다 국민의 버림을 받은 문화방송에서도 구성원들의 김장겸 사장 퇴진 요구는 어느 때보다 뜨겁다. 공영방송이 과거의 사슬에서 풀려나 정상화의 길로 가려면, 공영성 파괴를 진두지휘한 인사들이 먼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순리다.
자유한국당이 눈곱만큼이라도 공정방송에 뜻이 있다면 지난해 국회의원 162명이 발의한 ‘언론장악방지법’ 통과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언론장악방지법에는 어떤 정권도 방송을 좌지우지할 수 없도록 제어하는 장치를 두었다. 그런 법안이 국회에서 1년 가까이 표류한 것은 순전히 자유한국당의 반대 때문이었다. 자유한국당은 국민의 지탄을 면치 못할 헛소동을 그만두고 지금이라도 공영방송 정상화에 힘을 보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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