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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향응판사’ 감싸고 거짓해명까지, 부끄러운 대법원

등록 2017-06-16 17:59

대법원의 비위법관 의혹 묵살 사건에 대한 대응이 점입가경이다. <한겨레> 보도로 대법원장 직속 법원행정처가 부산고법 전 부장판사의 비위 사실을 검찰로부터 통보받고도 넘어갔던 게 뒤늦게 알려진 뒤, 법원이 내놓은 해명조차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 제 식구 감싸기와 꼬리자르기식 대응은 국민 불신을 키우고 법원 개혁의 당위성을 확인시켜줄 뿐이다.

2015년 8월 검찰은 뇌물공여 혐의로 수사를 받던 건설업자가 부산고법 문아무개 부장판사와 부적절한 관계임을 파악한 뒤 ‘친전’이라고 쓰인 서류에 이를 적시해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전달했다. 문 부장판사는 수년간 건설업자 정아무개씨로부터 최소한 15차례의 골프 접대와 룸살롱 접대를 받고, 체포 직전 정씨가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수집하는 현장에도 동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문 부장판사가 올 1월 옷을 벗고 개업할 때까지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문 전 판사의 행위는 법관징계법과 행동강령에 명백히 위배되는 것이다. 검찰이 총장 재가를 받아 판사의 비위 사실을 통보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묵과할 수 없는 무거운 비위로 봤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검찰의 통보가 공식 징계절차가 진행되어야 하는 ‘공문’이 아니었다고 강조하는 듯한 대법원 태도는 궁색하기 그지없다. 대법원은 또 법원장을 통해 엄중경고 조처를 했고 윤리감사실에서 사실관계를 검토했다고 해명했지만, 이조차 당사자인 문 전 판사의 입을 통해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의혹의 핵심은 양승태 대법원장의 ‘지시’ 여부다. 최소한 양 대법원장이 이런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은 낮다. 대법원의 꼬이는 해명도 결국 대법원장한테 불똥이 튀는 걸 막다가 벌어진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통보 이후 법원의 어느 선까지 보고가 됐는지, 취한 조처는 무엇인지, 왜 공식 징계를 안 했는지 밝히려면 독립기구의 진상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해 인천지법 부장판사의 금품 수수 사실이 드러난 뒤 양 대법원장이 재발방지 대책과 대국민 사과를 내놓았던 만큼 이 정도의 조처는 할 것이라고 믿는다. 나아가 법원행정처가 법관 징계 청구권자가 되고 대법원장이 징계위원회 위원장이 되는 지금의 ‘셀프’ 감시 구조로는 법관 비리에 대한 엄정한 감시와 견제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에 법원은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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