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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북한, ‘웜비어 사태’ 진상 밝히고 유족에게 사과하라

등록 2017-06-20 18:17수정 2017-06-20 18:24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지난 13일 신시내티 렁킨공항에 도착할 당시의 모습. 신시내티/AP 연합뉴스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지난 13일 신시내티 렁킨공항에 도착할 당시의 모습. 신시내티/AP 연합뉴스
북한에 장기간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송환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가 19일(현지시각) 숨졌다. 웜비어는 지난해 1월 관광차 평양을 방문했다가 호텔 벽에 붙어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이름이 들어간 정치 선전물을 가져가려다 붙잡혀 체제전복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그렇게 1년5개월간 복역하다 13일 풀려났지만 이미 혼수상태였고, 고향에 돌아온 지 엿새 만에 사망한 것이다.

북한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사진이나 이름이 들어간 물건은 ‘불가침 영역’으로 취급된다. 그러나 웜비어는 외국인이고 호기심 많은 20대 초반 대학생이다. 기껏해야 절도미수죄로 벌금이나 물리고 말 일이지, 단순 관광객에게 ‘체제전복 혐의’를 덮어씌워 ‘15년형’을 선고할 사안은 결코 아니다. 북한은 전에도 관광객들의 사소한 행위를 트집 잡아 6~15년의 중형을 선고해 억류한 뒤 미국과 석방 협상을 벌이곤 했다. 억류 민간인을 꽉 막힌 북-미 대화를 여는 수단으로 활용해온 것이다.

북한은 웜비어를 석방할 때부터 지금까지 사과는 고사하고 가타부타 말이 없다. 웜비어는 심각한 뇌 손상으로 오랫동안 혼수상태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웜비어가 지난해 3월 재판 이후 식중독 증세인 ‘보툴리누스 중독증’을 보이다 수면제를 복용한 후 코마 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웜비어가 입원한 신시내티 병원 쪽에선 식중독 증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웜비어가 도대체 언제부터 왜 이런 상태에 빠졌는지 그 진상을 규명하고 밝힐 책임은 북한 당국에 있다.

미국 국민들의 북한에 대한 여론은 이번 사태로 극도로 악화될 게 분명하다. 새로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도 부정적 여론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국민을 사망 직전에까지 이르게 하고서도 정확한 경위를 밝히지 않는 나라와 정상적인 외교 협상 또는 대화를 하겠다고 나설 국가가 어디 있겠는가. 지금도 북한에는 한국계 미국인 3명이 억류돼 있다. 우리 국민 6명도 간첩 혐의 등으로 무기징역형 등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북한은 우선 웜비어 사망에 대해 유족에게 사과하고, 진상 규명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북-미 관계라는 외교적 차원 이전에,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 차원에서라도 마땅히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하다. 아울러 억류하고 있는 미국인 3명과 우리 국민 6명을 다른 조건을 달지 말고 인도적 차원에서 즉시 석방하는 게 옳다.

문재인 대통령도 북한이 “인류 보편적 규범과 가치인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을 개탄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 전향적 자세로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하고 있다. 북한이 웜비어 사태에서 결자해지의 자세로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는다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대화의 기회는 또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국제사회 규범에 걸맞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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