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11조2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지난 7일 국회에 냈으니, 벌써 2주일이 지났다. 하지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야당들의 반대로 의안 상정 일정조차 아직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가 29일로 끝나는 6월 임시국회를 넘겨 추경 심의가 표류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야권이 이번 추경을 두고 국가재정법상 추경 편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심의마저 피하는 것은 편협하다. 국가재정법은 재정을 건전하게 운용하자는 게 취지다. 이번 추경은 8조8천억원(정부 추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초과 세수 등을 활용하는 까닭에,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지 않는다. 경제 상황이 좋지도 않은데 세금을 많이 걷어 쌓아두는 게 바람직한 일인지 따져볼 일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초과 세수가 11조8천억원이나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번 추경은 10만개 안팎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심각한 취업난으로 인한 청년들의 고통, 빈곤 노인 가계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자는 게 취지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19일 보고서에서 “청년실업 문제의 심각성과 향후 국가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할 때, 추경 편성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역대 국회에서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이 통과되지 못한 사례는 한번도 없다. 예산에 대해서는 그만큼 정부 주도권을 인정해왔다. 이번에도 야권이 협상용으로 추경 심의를 마냥 미루는 것이라면 소탐대실할 수 있다. 3만개의 추가 노인 일자리 등에 드는 인건비는 6개월치가 편성돼 있다. 일할 기회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생각해서나 추경의 경제 효과를 고려해서나 추경을 할 바엔 하루라도 서둘러야 한다.
국회가 세세히 따져야 할 지출 항목들도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4차산업혁명 등에 대응하기 위해 최대 5~9년간 지원되는 장기 연구개발 과제를 추경으로 시급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었는지 심도있게 따져보라고 권고했다. 공무원 1만2천명 증원, 육아휴직 급여 인상, 부양 의무자 기준 완화 등은 앞으로 지속적인 재정부담을 가져올 사안이다. 제대로 심의하지 않은 채 야당이 갑작스레 태도를 바꿔 졸속 처리를 한다면 이 또한 무책임한 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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