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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사회적 대타협 싹 꺾는 현대차의 금속노조 비난

등록 2017-06-21 18:05수정 2017-06-22 16:08

금속노조가 현대·기아자동차그룹에 제안한 ‘일자리연대기금’ 조성에 대해 회사 쪽이 “실체가 없는 생색내기”라며 비난하고 있다. 소득 양극화나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선 기업책임론’을 내세워왔던 정규직 노조의 의미있는 변화 움직임에 취지를 살리기는커녕 찬물부터 끼얹는 모양새다.

금속노조는 20일 미지급 통상임금 가운데 노조와 회사가 같은 액수를 내놓아 5천억원 규모의 ‘일자리연대기금’ 초기 자금을 만들고, 매해 임금협상 인상분에서 노사가 각각 100억원씩 더해나가자고 제안했다. 일자리 창출과 근로시간 단축 등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기금을 쓰자고 하면서도, 노사 공동교섭으로 구체적인 규모나 방식·용도를 협의할 수 있다고 열어놨다. 일자리 문제를 지렛대 삼아 산별노조인 금속노조가 현대차그룹과 공동교섭 틀을 만들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이에 대해 회사 쪽은 통상임금 소송에서 현대차 노조가 불리한 상황인데도 실체가 없는 회삿돈을 갖고 ‘봉이 김선달식 주장을 하고 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통상임금 문제는 지난 8년간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임금협상 때마다 주된 노사갈등 원인이었다. 특히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이 나온 뒤, 미지급분에 대한 소송이 잇따라 현재 17개 계열사 중 13곳에서 29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회사 쪽은 현대차 소송에서 2심까지 사실상 노조 쪽이 졌다고 강조하지만 이는 대법원 판례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다. 기아차를 비롯한 다른 계열사에선 노조 쪽 승소가 점쳐지고 있다. 게다가 회사 쪽은 노동자들이 이긴 3건에 대해선 막대한 지연이자를 물어가며 2심·3심까지 끄는 한편, 대법원 기준에 따라 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시키는 임금체계 개편조차 않고 있다.

한국 사회의 비정규직·소득양극화 문제가 심각해진 데에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이기주의 탓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금속노조의 이번 제안에 좀 더 진전된 내용이 포함됐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적어도 ‘정규직 양보론’ 같은 사회적 여론 앞에서 변화의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은 평가해야 한다. 실질적인 진전이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도 모자랄 시기다. 다른 대안도 내놓지 않은 채 노조 비난에만 몰두하는 회사와 일부 보수 언론은 사회적 대타협의 싹을 꺾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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