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청와대 녹지원에서 미국 <시비에스>(CBS)의 프로그램인 ‘디스 모닝’(This Morning) 쪽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9~20일 <워싱턴 포스트>, <시비에스>(CBS) 등 미국 언론들과 연이어 인터뷰를 하고 북한 문제에 대한 새 정부의 대략적인 기조를 밝혔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고도화를 멈추는 ‘핵 동결’을 먼저 이행하고, 그다음 ‘핵 폐기’로 나아가는 2단계 비핵화 방침도 제안했다.
내용을 보면, 오는 29~30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안심시키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여러 차례 언급한 것에서 이를 알 수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조건이 갖춰진다면” 방북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날 의향이 있다는 점을 거듭 밝히는 등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오토 웜비어 사망으로 미국 내 대북 여론이 극도로 악화된 시점이지만, ‘압박’의 목적도 ‘대화’라는 점을 강조한 건 의미가 있다.
이와 관련해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북핵 해결 과정에서의 ‘한국 역할론’이다. 한반도 문제의 해법을 미국·중국 등 강대국 손에 맡기면, 강대국의 글로벌 전략 차원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경제 규모와 국제 위상 등을 고려할 때, ‘한국 역할론’을 강조한 건 오히려 늦은 감마저 든다. 문 대통령 말대로, 한국이 더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대북 관계를 풀어나갈 때 남북 관계도 훨씬 평화로웠고 미국과 북한 관계도 상대적으로 좋았다. 국익 차원에서나 정책의 효율성 차원에서나 바람직한 방향이다.
다만 ‘한국 역할론’ 강화는 말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 정부가 북한을 다양한 대화와 협상의 장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역량을 보여줘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또한 문 대통령의 이런 대북 기조가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동의를 이끌어내서 한-미 간 이견 없는 대북 정책 추진으로 나가야 한다.
문 대통령은 전시작전통제권과 관련해선 “주권국가로서 적절한 시점에 환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수 의지 표명은 당연하며, 새 정부는 이를 위한 실질적인 준비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사드 배치에 대해선 환경영향평가라는 절차를 강조하면서도 “배치를 연기하거나 결정을 뒤집는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이 문제는 한-미 사이의 대표적 쟁점인 만큼 정상회담에서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전향적인 결론을 도출해내야 할 것이다. 사드 배치 역시 미국 또는 중국의 군사전략이 아니라 우리의 국익 관점에서 결정이 내려지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