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22일 ‘통신비 절감 대책’을 발표했다. 앞으로 2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요금할인율(선택약정할인)을 20%에서 25%로 올리기로 했다. 요금할인은 단말기 지원금 대신 통신요금을 할인받는 제도다. 현재 약 1900만명이 가입돼 있어 연간 1조원 규모의 통신비 절감이 예상된다고 한다. 이 밖에 취약계층 월 1만1천원 요금 감면, 월 2만원대 보편요금제 도입, 공공 와이파이 확충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최대 관심사였던 기본료 폐지는 대책에서 빠졌다. 통신업계 반발에 밀려 중장기 과제로 돌렸다. 각계가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어 추진하기로 했다.
시민단체들은 “심각한 공약 후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성명을 내어 “가장 확실한 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인 기본료 폐지를 결정하지 못한 국정기획위에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며 당장 철회를 요구했다. 특히 국정기획위가 기본료 폐지에 소극적인 미래창조과학부의 보고를 세번이나 퇴짜를 놓으면서 기대를 한껏 높여놓았던 터라 소비자들의 실망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통신업계는 “통신사에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며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표정관리’일 수도 있겠으나, 기본료 폐지가 빠진 상황에서 통신사들이 법적 대응 운운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통신비 인하가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것은 그만큼 가계의 통신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통신 3사는 독과점 체제에 안주하면서 안정적 수익을 챙겨온 게 사실이다. 국정기획위도 통신비 구성요소를 점검한 결과, 요금할인율 5%포인트 확대는 통신사들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통신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권마다 반복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통신비 20% 이상 경감’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기본료를 1만2천원에서 1만1천원으로 1천원 낮추는 데 그쳤다.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통신비 부담은 되레 20% 가까이 늘었다.
흔히 중장기 과제로 돌리면 슬그머니 ‘없던 일’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통신비 절감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도 이런 꼴이 되어선 안 될 것이다. 충분한 의견수렴과 면밀한 사전준비를 통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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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전자상가의 이동통신 3사 대리점.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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