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외고의 폐지(일반고 전환) 논란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해당 학교 학부모·교장들이 집단 반발에 나선 가운데 특히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외고·국제중 5곳의 재지정 발표가 28일로 다가오면서 찬반 양쪽이 각각 기자회견을 하거나 예고하는 등 대결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자사고·외고 폐지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모든 주요 후보의 대선 공약이었다. 최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폐지 쪽이 52.5%로 유지하자는 27.2%의 두배에 가까웠다. 학부모로서 정책의 실수요자인 20~40대의 경우 폐지 의견이 전체 평균치보다 높다.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 입시사관학교화하고 고교 서열화를 부추긴 자사고·외고가 있는 한 공교육 정상화는 어렵다는 공감대가 그만큼 넓다는 뜻이다.
해당 학교는 교육 선택권을 넓히는 게 다양성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무릇 다양성은 학교별 차별이 아닌, 학생들이 있는 학교 안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비슷한 사교육 관리를 받은 여유있는 환경의 학생들이 주로 모일 수밖에 없는 자사고·외고에서 학생들이 더불어 사는 능력과 공감능력을 제대로 배울 수 있겠는가. 서울 동작지역 중학교 학부모들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보낸 글에서 “특목·자사고 학부모 쪽의 동문 끊김이라는 발상은 앞으로 대한민국을 학연, 지연이 판치는 나라로 끌고 가겠다는 이기주의적 발상”이라 지적한 부분은 폐지 반대론자들이 아프게 느껴야 할 대목이다.
다만, 분명한 방침과 세심한 설계가 있어야 피해와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다. ‘5년마다 평가를 통한 재지정’ 규정이 있는데 이를 무시한 ‘일괄폐지’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소송 등을 고려해볼 때 현실성도 떨어진다. 전교조 위원장 출신인 정진후 정의당 전 의원이 최근 ‘고교입시 일정 통합, 재지정 평가를 통한 일반고 전환, 외고·자사고 설립근거 법률 폐지’라는 3단계 폐지안을 제시한 것도 비슷한 문제의식일 것이다.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면서 사법시험 일몰규정을 두었던 것을 참고해볼 만하다. 각 교육청의 자사고·외고 재지정 평가 시기를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기존 체제에서 입학했던 학생들은 졸업 때까지 애초 교육과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 피해 및 풍선효과 대책은 긴요하지만, 이것이 교육개혁을 미루는 빌미가 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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