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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개혁 가로막은 ‘사법권 남용’, 대법원장이 책임져야

등록 2017-06-27 18:27수정 2017-06-27 18:27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위원장 전효숙)가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을 4차례 심의한 뒤 27일 내놓은 결론은 지난 4월 진상조사위의 제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 연기·축소를 위해 판사에게 부당한 지시와 간섭 등 법관으로서 품위를 손상한 이규진 전 양형위 상임위원을 징계위에 회부하도록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권고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책임,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에게는 관리·감독 책임을 각각 물었다.

그러나 아랫사람들에게 모든 책임을 묻고 대법원장 등 고위층의 책임은 실종됐으니 ‘꼬리 자르기’란 지적이 나올 만하다. 블랙리스트는 아예 언급을 피했고 행정처 실장들의 직무·신분상 의무 위반도 없었다고 선을 긋는 등 법관대표회의 요구와도 상당한 거리가 있다.

이제 공은 양 대법원장에게 넘어갔다. 애초부터 윤리위 권고로 이번 사건을 매듭짓기는 어려웠던 만큼 법관대표회의 요청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 블랙리스트 추가조사는 물론 법관대표회의 상설화도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 그러지 않고는 법원 내부의 논란 수습과 국민이 요구하는 사법부 개혁의 길로 나아갈 수 없다.

이미 법원 내부 게시판에서는 양 대법원장 사퇴 요구까지 나오고 있는 터다. 그동안 ‘양승태 대법원’이 법원 안팎의 불신을 사온 데 비춰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일부에서는 법관대표회의 자체를 시비하고 있다. 특정 연구단체 소속 판사 비율이 높다며 대표성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선발된 이상 그렇게 볼 사안은 아니다. 또 논의 과정이 일방적이었다며 회의 자체를 폄하하는 주장도 있으나 법관대표회의가 이에 반박하며 속기록 공개 용의까지 밝혔으니 지켜보면 될 일이다. 게시판의 일부 부적절한 표현은 법관 사회의 양식에 맡겨 적절하게 해결하면 된다. 이를 빌미로 모처럼의 민주적 의견수렴 과정 자체를 폄하하는 건 지나친 비약이다. 오히려 “판사들이 내부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토론한다는 건 조직이 건강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란 한 판사의 말에 더 수긍이 간다.

양 대법원장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으나 사법개혁의 물꼬를 트는 심정으로 결자해지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법원에 기여할 마지막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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