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준용 채용 비리 의혹 증거 조작 사건’의 파문이 계속되면서 국민의당이 심각한 위기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26일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의 대국민 사과 이후 이렇다 할 대응책을 내놓지 못한 채 당이 표류하는 형국이다. 특히 지난 대통령선거에 후보로 나섰던 안철수 전 대표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안 전 대표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검찰은 핵심 피의자인 국민의당 당원 이유미씨를 29일 공직선거법상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구속한 데 이어 그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이씨가 조작한 가짜 녹음 파일과 카카오톡 갈무리(캡처) 화면 등을 당에 전달한 이준서 전 최고위원을 조만간 피의자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수사가 진행되자 국민의당 관계자들은 당원 이씨의 단독 범행임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당의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는 앞으로 밝혀지겠지만 이와 별개로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공당에는 치명적 수준이다. 대선에서 국민을 상대로 공당이 사기극에 가까운 폭로전을 벌인 것인데, ‘대선 농단’이라 비난받을 만하다.
국민의당 지도부의 대처는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안일하기 짝이 없다. 당으로 파장이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에 급급한 채 국민을 상대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수사가 진행되는 만큼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 정리돼야 하겠지만, 대응책을 마냥 미룰 수는 없다. 당장에라도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하고, 당이 환골탈태하기 위한 특단의 조처들을 내놓아야 한다. 사건 진상이 나오면 그에 따라 또 다른 처방을 내놓으면 된다. 나중에 대책을 내놓으면 되지 미리 매를 맞을 필요가 있느냐는 태도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안 전 대표도 말을 아끼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국민 앞에 어떤 형태로든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사정이야 어찌 됐든 이 사건의 최종적 책임은 안 전 대표에게 있다. 안 전 대표는 국민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민의당 김태일 혁신위원장은 “안 전 대표가 이 문제의 정리과정을 따라가면서 계획을 빨리 얘기하고 사태 추이에 따라 또 사과하면 된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사건 진상이 모두 규명될 때까지 기다리면 실기할 수 있다. 안 전 대표는 국민과 소통하는 자세로 성실히 설명하고 책임짐으로써 지도자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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