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수서고속철도(SRT)를 운영하는 에스알(SR)의 공공기관 지정을 추진하고, 9월 이전에 코레일과 통합 여부를 논의한다고 한다. ‘경쟁 체제 확립’을 명분으로 한 에스알의 분리는 처음부터 문제가 있는 것이었다. 잘못 채운 단추인 만큼, 서둘러 다시 고쳐 채우는 게 좋다고 본다.
수서고속철도는 수서역에서 평택 지제역까지 61.6㎞ 구간만 전용 철로를 이용하고, 나머지는 케이티엑스(KTX)와 같은 철로를 이용한다. 하지만 서울역에서 수서역까지는 지하철로 한 차례 갈아타야 하고 45분이나 걸려서, 경기 북부나 서울 강북 지역 주민은 이용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애초 케이티엑스와 경쟁 구도가 형성되기 어려웠음에도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분리를 밀어붙였다.
분리 운영을 주장하는 이들은 ‘경쟁의 효과’를 거론한다. 수서고속철은 요금이 케이티엑스보다 10%가량 싸다. 이에 맞춰 코레일이 마일리지 제도를 재도입하고, 할인제도도 정비한 건 맞다. 객실 내 서비스 질도 높였다. 하지만 수서고속철의 낮은 요금은 두 회사 간 경쟁의 결과가 아니다. 민영화 논란을 의식해 정부가 정책적으로 결정한 사항일 뿐이다.
알짜 노선인 수서발 고속철도 사업 분리로, 공공서비스 의무를 지고 적자 노선을 함께 운영하는 코레일은 적자를 보전할 수익 기회를 잃었다. 코레일이 경영상 어려움으로 적자 노선을 하나둘 폐지하면서 철도 이용 혜택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다. 서울·용산역을 이용하는 케이티엑스 이용객이 고속철 요금 인하 혜택을 못 받고 있는 것은 역차별에 해당한다.
철도 같은 공공서비스 사업도 경영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민영화나 경쟁 체제 도입이 진정 효율성을 높이는 길인지는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효율성을 조금 높이더라도 공적 가치 훼손이 크다면 선택해선 안 된다. 에스알엔 지난 3월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장을 지낸 인사가 공직을 그만둔 지 보름 만에 새 대표에 취임했다. 경쟁이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며 분리를 해놓고는 낙하산 인사를 했으니 얼마나 이율배반적인 일인가.
정부가 시민단체, 학계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코레일과 에스알의 통합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한다. 이참에 철도사업 운영을 둘러싼 사회적 합의를 두텁게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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