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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2%만 세금 내는 느슨한 상속세 손질해야

등록 2017-06-30 18:36

상속·증여세는 부의 대물림을 막는 중요한 수단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자녀의 사회적 신분을 결정한다는 ‘수저 계급론’이 나올 정도로 부의 불평등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상속·증여세가 갖는 의미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상속·증여세율은 최고세율이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0ECD) 회원국 가운데 상위권에 속한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세금을 깎아주는 각종 공제제도 탓에 실효세율은 뚝 떨어진다. 재산을 물려주는 피상속인을 기준으로 볼 때, 상속세가 부과된 비율이 2015년 2.03%에 불과하다. 상속·증여세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공제제도들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29일 연 ‘상속·증여세 개선 방향 공청회’에서도 공제제도 개편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이 공청회는 ‘2017년 세제 개편안’을 마련 중인 기획재정부가 연구 용역을 맡겨 열렸다.

무엇보다 가업상속공제의 문제점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가업상속공제는 1997년 중소기업의 원활한 가업 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적용 대상이 연매출 3천억원 미만의 중견기업, 공제 한도는 최대 500억원까지 확대됐다.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합법화해주는 꼴이 됐다. 강성훈 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은 가업상속공제를 2013년 폐지했고 독일은 2016년부터 적용을 엄격히 제한했다”고 말했다. 우리도 당장 폐지가 어렵다면 애초 취지대로 대상을 중소기업으로 제한하고 공제액도 대폭 축소해야 한다.

상속세를 신고하면 무조건 세금을 7% 깎아주는 신고세액공제도 손볼 필요가 있다. 2015년 신고세액공제로 감면해준 상속·증여세가 4830억원에 이른다. 이 제도가 도입된 1967년 당시에는 국세청이 숨겨진 재산을 찾아내는 역량이 떨어져 자진신고를 유도한다는 차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차명계좌 금지와 부동산실명제 시행 등 과세 인프라가 확충돼 필요성이 약화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신고세액공제율을 대폭 낮추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부모가 부자라는 이유로 자녀가 아무 노력 없이 거액을 물려받는 일은 사회 정의에 어긋난다. 정부는 상속·증여세 개편을 통해 부의 집중을 억제하고 기회의 불평등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 관련 기사 : 상속증여세 개편, ‘가업공제·신고공제’가 1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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