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3일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로 선출됐다. 홍 대표는 선거인단 사전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합산한 투표에서 원유철·신상진 후보를 큰 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홍 대표가 대선 패배 두달여 만에 제1야당 사령탑으로 복귀함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추락한 보수 세력을 재건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을 떠안게 됐다.
홍 대표는 취임 회견에서 “대한민국의 보수 우파를 재건하는 대장정을 시작하겠다”며 “육참골단(자신의 살을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의 각오로 스스로를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적·조직·정책의 3대 혁신을 위해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겠다”며 “우리 모두 내려놓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 재건을 위해 당을 대대적으로 물갈이하겠다는 것인데, 친박 책임론 등을 통한 인적 청산 소용돌이도 점쳐진다. 당내 혁신을 통해 취약한 당 기반을 강화하고 강력한 대여투쟁을 통해 건강한 보수 야당으로 거듭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홍 대표가 혁신을 얘기했지만 그간 언행을 보면 홍준표호가 ‘막장 보수’로 치달을 것이란 우려가 많은 게 사실이다. 홍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를 향해 “주사파 정권이어서 국민이 인식하면 오래 못 간다”는 등의 막말을 쏟아냈다. 대선 기간에도 ‘돼지 발정제’ 파문이나 “집안일은 여자가 하는 것”이라는 등의 문제 발언이 이어졌다. 또 홍 대표는 경남도지사를 ‘꼼수 사퇴’해 물의를 빚었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 중이다. 문제투성이 홍 대표가 대선 후보에 이어 당권까지 거머쥔 것은 몰락한 자유한국당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다.
홍 대표는 취임 회견에서 “보수 우파의 가치를 바로 세우겠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보수 우파의 가치가 투표로 뽑힌 정권을 주사파 정권으로 종북몰이하거나 사사건건 반대만 하는 지금의 자유한국당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홍 대표가 여전히 해묵은 색깔론을 들먹이면서 발목잡기식 대여 투쟁에만 골몰한다면 자유한국당은 국민한테 더욱 외면받을 것이다. 보수의 혁신을 위해서는 홍 대표부터 환골탈태해야 한다. 홍 대표는 막장 보수에서 벗어나 합리적 보수로 당을 새롭게 자리매김해야 한다. 홍 대표는 보수의 품격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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