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세재정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 4곳이 정부 용역을 받아 작성한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 합리적 조정방안 검토’ 보고서를 4일 내놓았다. 유종별 세금을 조정하는 데 의미있는 기초 자료가 될 것이다.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안에는 경유세 인상을 포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세제 개편의 어려움, 특히 세금을 인상할 때의 정치적 부담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개선 필요성이 있음에도 자꾸 뒤로 미루기만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보고서는 경유값을 지금의 갑절로 올려도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2014년에 견줘 2.8%밖에 줄어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세먼지 배출량이 사업장, 건설기계, 발전, 수송용 차량 순으로 많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 수송용 경유에만 세금을 크게 올려 미세먼지 감축 효과는 별로 없으면서 세수만 늘리는 ‘담뱃값 인상’ 식의 가격 조정은 반발만 키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경유에 매기는 세금을 휘발유보다 싸게 한 지금의 세제를 정당화할 근거도 없다. 지금의 세금 구조가 미세먼지 발생이 많은 경유차를 크게 늘리는 유인이 되고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현행 세금 구조 아래서 경유값은 휘발유값의 85% 수준인데, 국제 시장의 상대가격에 근접하게 세금을 조정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만, 에너지 과소비를 조장하지 않도록 휘발유 세금을 내리는 것은 억제하고, 경유에 붙는 세금을 올릴 때도 몇 단계로 나눠 조금씩 올려서, 경제주체들이 변화에 무리없이 적응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 외에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값을 올려도 경유 사용량이 그다지 줄지 않는 배경에 유가보조금 제도가 있다. 유가보조금은 휘발유값 대비 경유의 상대가격을 올리면서 생계형 운전자들을 위해 2001년 한시적으로 도입했던 것인데, 전체 경유 소비량의 40%를 차지하는 화물차 운전자들의 거센 반대로 폐지가 계속 유예돼왔다. 유가보조금 지급 대신 생계형 운전자들의 소득을 보전하는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 디젤 엔진의 미세먼지 발생량은 차종이나 연식에 따라 차이가 크므로, 이를 고려한 억제책도 따로 검토해야 한다. 수송용 에너지만이 아니라 발전용을 포함한 에너지 전반을 대상으로 세제 개편 논의를 확대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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