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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기관투자가, ‘거수기 노릇’ 이젠 그만둘 때다

등록 2017-07-05 20:45수정 2017-07-05 21:26

기관투자가는 고객이 맡긴 자금을 불려주는 일뿐 아니라,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통해 대주주나 경영진의 독단과 전횡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기업의 가치와 고객의 수익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파수꾼’의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 대주주나 경영진의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시민단체 회원들이 2015년 7월7일 서울 국민연금 강남사옥 앞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것을 국민연금에 요구하고있다. 이종근 기자root2@hani.co.kr
시민단체 회원들이 2015년 7월7일 서울 국민연금 강남사옥 앞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것을 국민연금에 요구하고있다. 이종근 기자root2@hani.co.kr
대신지배구조연구소가 5일 발표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제언’을 보면, 올해 상장기업 정기주주총회에서 기관투자가가 안건에 반대한 비율이 2.8%에 불과했다. 의결권 행사 내역을 공개한 기관투자가 112곳이 상장기업 692곳의 정기주총 안건 2만72건 중 563건만 반대했다. 경영진이 주총에 올린 안건을 거의 그대로 통과시켜준 것이다. 주총 전에 대신지배구조연구소가 안건을 분석해 ‘반대 의견’을 제시한 비율 20.9%와 비교하면 10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외국계 기관투자가의 반대 비율이 6.5%로 높았고, 30대 그룹 계열은 2.4%, 금융회사 계열은 1.8%로 평균에 못 미쳤다.

기관투자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대주주나 경영진의 독단과 전횡이 기승을 부리고 소액투자자의 권리는 무시당한다. 이런 점에서 최근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잇따라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가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의결권 행사 지침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관투자가가 경영진의 잘못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해 금융위기가 발생했다는 자성이 일면서 영국이 처음으로 도입했다. 지금은 일본과 캐나다 등 10여개국으로 늘어났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2월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정했는데, 기관투자가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참여를 미뤄왔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 등 40여곳이 참여를 결정했고,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도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문재인 효과’라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국민연금이 총수 일가의 불법·편법 지배 및 상속 방지와 소액주주 이해관계 침해 방지 등의 사안에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게 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오랜 기간 소액주주운동을 했다.

기업들은 여전히 ‘경영권 침해’를 우려하며 스튜어드십 코드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배구조 개선이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지고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도 전향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 관련 기사 : 주총 안건 2.8%만 반대…기관투자가 여전히 ‘거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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