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한-중 정상회담이 6일 열렸다. 이번 회담은 두 정상의 첫 만남일뿐더러,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심각하고 북핵 문제를 둘러싼 이견도 표면화하는 상황에서 열려 특히 주목을 끌었다. ‘다자 회의 속 양자 회담’이라 외교적 상견례 정도로 끝날 법했는데도, 두 정상이 예정 시간을 훨씬 넘겨 1시간19분간 깊은 대화를 한 건 상황의 심각성을 반영한 지표일 것이다. 숱한 난제가 있음에도 두 정상이 북핵 해결을 위한 협력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로 한 건 바람직한 일이다. 이 발표가 단지 외교적 수사가 아닌,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한-중 협력을 강화하는 모멘텀으로 작용하는 게 중요할 것이다.
두 정상은 한-중 사이의 최대 쟁점인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선 뚜렷한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쪽은 “두 정상이 양국 간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이견이 있는 부분’이 사드를 뜻함은 물론이다. 사실 사드는 한국과 중국뿐 아니라 미국도 관련된 복잡한 사안이라, 한 번의 정상회담으로 쉽게 풀릴 일은 아니다. 두 정상이 사드 문제를 솔직하게 논의하고, 이 사안이 두 나라 관계를 악화시키는 걸림돌로 작용해선 안 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이 사드로 인한 두 나라 간 경제·문화·인적 교류의 위축을 우려한 건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중국이 한국 기업들에 대한 여러 형태의 제재를 어떻게 완화해갈지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
더 중요한 현안은 한반도 위기의 핵심인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일 것이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북한이 아이시비엠(ICBM)급 사거리를 가진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북핵과 미사일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 모든 사안이 그렇지만 특히 북핵 문제에선 원칙적 입장 표명보다 구체적 행동에서 실질적으로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원할 뿐 아니라, 북한이 추가 핵실험 등을 자제하도록 압력을 넣는 게 필요할 것이다. 좋지 않은 외적 상황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치곤 두 나라의 신뢰를 쌓은 것 같아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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