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민의당 ‘제보 조작 사건’을 두고 연일 강경 발언을 이어가자 국민의당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추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심사 등 국회 일정 전반을 거부했다. 추경, 정부조직법 개정, 인사청문 일정 등 새 정부 초반의 시급한 현안들이 집권여당 대표의 발언으로 모두 중단되는 돌발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추 대표는 7일 전날의 강성 발언에 대해 국민의당이 사과를 요구했음에도 “국민의당 대선조작 게이트는 북풍 조작에 버금가는 것”이라며 오히려 발언 수위를 높였다. 추 대표는 “조작된 것이라도 상대방에게 치명적이라는 걸 용인하고 국민의당 시스템이 풀가동돼 유통시킨 것이다. 형사법적으로 미필적 고의에 해당한다”며 형사책임까지 거론했다. 국민의당은 의원총회 등을 통해 추 대표가 수사 지침까지 제시한 것이라고 반발하며 국회 일정을 거부했다.
추 대표의 발언은 시기와 형식에서 모두 적절하지 않다. 지금은 여당이 야당 협조를 받아 시급한 현안들을 처리해야 하는 절박한 시점이다. 이런 때에 집권여당 대표가 야당을 자극하는 발언을 연일 내놓는 건, 내용을 떠나서 바람직하지 않다. 발언 형식도 당의 총의를 모은 것이 아니라 추 대표의 돌출 발언 성격이 짙다. 더불어민주당 원내 지도부가 난감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치에서 ‘말’은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옳은 말을 하더라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 집권여당 대표가 일을 풀지는 못할망정 더 꼬이게 해서는 곤란하다. 형사책임 운운한 것도 오히려 검찰 수사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추 대표는 국회 운영과 인사 문제를 어렵게 만들지 말고 사태 수습을 위해 심사숙고해야 한다.
국민의당도 여당에 책임을 떠넘기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제보 조작 사건과 관련해 대선을 앞장서 치른 안철수 전 대표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고, 박지원 당시 선대위원장도 이런저런 해명만 하고 있다.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7일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은 지지율 4%로 꼴찌였다. 여당 대표의 말꼬리를 붙잡아 어려운 당의 처지를 벗어나려 해선 곤란하다. 국민의당이 진짜 두려워해야 할 건 국민이다. 국민의당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정정당당하게 사건의 매듭을 풀어야 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