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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유서대필 조작’ 사건 검사들에게 책임 못 묻다니

등록 2017-07-09 17:17

검찰개혁이 20년 이상 추진돼 왔으나 아직도 이뤄지지 못한 것은 그만큼 지난한 과제임을 방증한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와 수사권 조정 등을 공약한 문재인 정부는 조만간 개혁 추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제도적 개혁은 과거 적폐 청산과 조직문화 쇄신이 병행될 때 제대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가 “부패한 공직자는 국가와 국민, 조직의 적”이라며 개혁 의지를 내비친 데 이어 최근 박성재 서울고검장의 사퇴의 변도 눈길을 끈다. 박 고검장은 지난 7일 “외부에서는 검사들을 출세에 영혼을 판 사람으로, 보직과 승진이라는 미끼와 당근으로 조종이 되는 사람이라고 보고 있는 듯하다”며 검찰 조직의 자성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오랜만에 보는 검찰 간부의 성찰적 고뇌가 담긴 퇴임사로 평가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최근 서울중앙지법 민사37부의 유서대필 조작사건 손해배상 판결은 매우 유감스럽다. 이 사건은 정치적 위기에 몰린 정권의 주문에 검찰이 앞장서 사건을 조작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검찰은 강기훈씨에게 유리한 자료를 입수하고도 압수목록에 기재조차 않고 서랍에 처박아 결국 24년이나 억울한 누명을 쓰게 만들었다. 2015년 대법원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으나 법원은 결국 국가와 문서감정인의 손해배상 책임만 인정했을 뿐 수사를 지휘한 검사들의 책임은 시효 종결을 이유로 묻지 않았다. 대법원 판례의 한계도 있겠으나 검사의 피의사실 공표와 폭행·폭언 등 불법행위를 인정하고도 시효를 이유로 배척한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박근혜 청와대’가 우병우 민정수석을 앞세워 ‘검찰농단’을 자행할 수 있었던 데는 검사들의 책임을 묻지 않아온 나쁜 선례의 탓이 크다. 사건을 왜곡·조작한 검사에게는 끝까지 민형사상의 책임도 묻는다는 교훈을 남겨야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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