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노동계와 사용자 쪽의 협상이 큰 진통을 겪고 있다. 법정 심의기한은 지난달 29일로 이미 넘겼고 협상 기간이 16일까지 연장됐지만, 양쪽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게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지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려면 내년부터 1만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게 노동계의 요구다. 1만원이 돼야 주 40시간 노동으로 한달에 209만원을 벌어 기본생계를 꾸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1인가구 노동자의 한달 표준생계비가 216만원이라는 점에서 무리한 주장이라고 보기 어렵다.
반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지금도 대기업의 횡포와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데 최저임금을 한꺼번에 54.6% 올리면 그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고 반발한다. 실제로 영세자영업자가 다수인 소상공인은 한계상황에 몰려 있는 게 사실이다. “왜 우리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느냐”는 불만이 나올 만하다.
저임금노동자나 중소기업·소상공인이나 모두 어려운 처지이긴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최저임금 논의가 경제적 약자끼리 누가 더 어려운 상황인가를 입증해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저임금은 이제 최저임금위원회 차원에서만 다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불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바로잡고 소득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투 차단, 하도급업체에 대한 정당한 수익 보장,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방지, 천정부지로 오르는 임대료를 안정시킬 수 있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강화,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 정부는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키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갑의 고통 분담을 이끌어낼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내놔야 한다.
노동계도 당장 1만원 인상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만큼 실현 가능한 대안을 단계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사용자 쪽도 ‘155원 인상’은 노동계의 반발만 살 뿐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더 성의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갑의 고통 분담을 전제로, 노동계와 사용자 쪽이 합리적인 선에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민주노동 산하 비정규직 조합원들과 이들에 연대하는 정규직 노동자,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6월3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총파업 집회에서 ‘최저임금 1만원’과 ‘비정규직 철폐’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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