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미스터피자 창업주인 정우현 전 엠피(MP)그룹 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이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해서다. 정 전 회장은 ‘치즈 통행세’와 ‘보복 영업’ 등 공정거래법 위반과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 6일 구속됐다.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는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기소를 할 수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전속고발권’ 탓이다. 전속고발권을 가진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으면 검찰이 수사를 통해 혐의를 찾아내도 기소할 수 없게 돼 있다.
공정위의 고발은 ‘뒷북 고발’이 아닐 수 없다. 공정위는 검찰보다 훨씬 먼저 미스터피자를 조사했다. 가맹점주들이 2015년 3월 본사의 갑질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어 지난해 3월 본사 앞에서 ‘항의 삭발식’을 여는 등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했지만, 공정위의 조처는 차일피일 미뤄지기만 했다. 올해 3월 본사의 횡포를 견디다 못해 프랜차이즈를 탈퇴하고 새로 피자가게를 연 이아무개씨가 목숨을 끊었다. 본사가 이씨 가게 근처에 직영점을 내고 ‘출혈 공세’를 퍼부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나는 공정한 경쟁을 원한다. 갑질로 겪는 가슴앓이는 한번으로 충분하다”는 유서를 남겼다. 공정위는 “2015년 가맹점주들이 신고한 내용과 검찰이 수사한 내용은 별개 사안이다. 현실적으로 신고된 내용을 위주로 보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다”고 해명했다. 가맹점주들이 2년 반 동안 눈물로 호소했는데 별개 사안이라니 궁색하기 이를 데 없다. ‘갑’의 편에 서서 ‘을’의 목소리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공정위 스스로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냉철히 되돌아볼 때다. 가맹점주들 사이에선 공정위에 신고를 해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조사를 나와도 본사 편만 든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오죽하면 “공정위가 아니라 불공정위”라는 얘기까지 나오겠는가. 재벌들의 불법행위에 솜방망이 처벌을 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선 공정위 고위간부가 삼성과 유착했다는 의혹마저 불거졌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공정위가 그간 크고 작은 실수가 있었고 중요한 오류도 있었다”며 “공정위의 신뢰 제고를 위한 조직 혁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금 공정위 앞에는 재벌 개혁과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 확립 등 실로 막중한 과제가 놓여 있다. 뼈를 깎는 내부 개혁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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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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