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새 대표가 이끄는 정의당 체제가 출범하면서 ‘3세대 진보정당 리더십’에 대한 안팎의 기대가 크다. 정의당은 지난 대선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1세대 권영길, 2세대 심상정·노회찬 시대를 넘어 새롭게 도약할 계기를 맞았다. 진보정당으로서 뿌리를 깊이 내리는 동시에, 잎이 무성한 대중정당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외연을 넓혀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가 이정미 대표의 어깨에 드리워졌다.
해고노동자 출신인 이 대표는 12일 취임 첫 행보로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을 찾아 “여전히 청년 전태일의 삶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이 시대의 과제”라고 말했다. 정체성을 확고히 하겠다는 뜻이다. 국립서울현충원 방명록엔 ‘평화와 상생의 대한민국, 정의당이 앞장서서 열겠습니다’라고 적어 평화와 상생을 강조했다. 당의 외연을 확대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 대표는 경선에서 ‘집권을 꿈꾸는 유력정당’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국회 의석 6석에 지지율이 6% 안팎인 정의당 처지에서 녹록한 목표는 아니다. 하지만 지지율을 10%대로 끌어올리고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국회의원 총선에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면, 불가능한 꿈만도 아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한때 지지율 11%를 기록하며 진보정당도 ‘두 자릿수 지지율’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걸 입증했다. 비정규직과 농민, 청년과 여성, 성 소수자 등 소외된 약자들, 정치 주변부로 밀려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주력한 덕분이었다. 한국정치에 진보정당이 왜 필요한지, 정의당이 집권하면 현실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설득력 있는 논리로 끈질기게 제시한다면 대중도 끝까지 외면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줬다.
정의당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선 ‘만년 소수정당’ 이미지를 탈피해 집권이 가능한 정당임을 보여주는 일이 시급하다. 목소리는 큰데 현실 문제를 풀어내는 능력은 떨어진다는 시각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진보정당이면서도 노동 현장과 유리돼 있다는 지적엔 실천으로 응답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의제를 제시하며 미래를 헤쳐나갈 비전을 제시하는 일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아니다. 진보정치의 기존 문법에 안주하지 않고 과감한 도전과 새로운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정미 대표의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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